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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복음 맛 들이기 - 연중 제 28주간 수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5 조회수686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 28 주간 수요일 - 모범

 

 

                                                                  < 루카 11, 42-45 >

 

 

 

제가 사제가 되어 처음으로 간 성당은 신자가 만 삼천 명이 넘는 성당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제는 저와 본당신부님 단 둘이었습니다. 신학생 때 외국에서 공부하여 전례나 본당 실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큰 본당으로 왔던 것입니다.

본당에 처음 간 날 어떤 의사 신자분이 당신 병원으로 링거를 맞으러 오라는 것입니다. 건강한 제가 왜 링거를 맞냐고 했지만 조만간 오시게 될 것이라고 하셨고 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러나 몇 달 지나고 너무 힘들어 그 병원으로 링거를 맞으러 갔습니다. 링거 맞으면서 쉬는 한 시간이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도 몇 번 링거 맞는 겸 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 예로 성지 주일날 하루 동안 주임신부님과 둘이 고해성사를 준 숫자가 구백 명이 넘었습니다. 어떤 때는 밥은 고사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쁜 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바쁘다보니 어떤 때는 좀 일찍 쉬고 싶은 생각에 교사들이 늦게까지 회합을 하는데 먼저 들어와 잔 때도 있었고 몸이 피곤하여 그렇게 살짝살짝 요령을 폈습니다.

어느 날 멜 깁슨이 나오는 한 전쟁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목이 ‘We were soldiers’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과 베트남과의 전쟁 이야기였습니다.

때는 1965년, 미국은 하버드 석사 출신의 할 무어 중령을 비롯해 젊은 군인 395명을 베트남 아이드랑 계곡 X레이 지역에 투입합니다. 이들이 맞서 싸워야 할 적군은 무려 2000여명의 정규군. 험준한 정글 지형에서 벌어진 미국과 베트콩의 최초 전투에서 미국은 처참한 병력을 상실하며 가까스로 승전을 거둡니다. 이 전투를 진두지휘했던 할 무어 중령과 죠 갤러웨이 종군기자는 미국 전쟁사에서 잊혀진 72시간을 <우리는 한때 군인이었다>는 논픽션으로 집필했고 93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읽은 렌달 월레스 감독이 영화화한 것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무어 중령의 역할을 맡은 멜 깁슨이 전쟁에 투입되기 전 젊은 군인들에게 설교한 내용이 저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여러분 모두들 살아서 집에 돌아오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우리가 전투에 나감에 있어서 내가 땅에 발을 가장 먼저 내딛고 철수함에 있어 내가 맨 마지막으로 발을 뗄 것이며 어느 누구도 적진에 남겨놓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건, 살아남은 자건.... 모두 함께 집에 온다.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저는 이 말을 그냥 한 줄 알았는데 정말로 무어 중령은 적지에 가장 먼저 뛰어 내렸고 마지막에 헬기로 탈출 할 때도 자신의 남은 모든 부하들이 타는 것을 보고 마지막으로 헬기에 오릅니다.

  적지에 처음으로 내리던 그 발과 마지막으로 헬기에 오를 때의 그 발이 저에겐 큰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봉사자들이 다 모였을 때에야 마지막으로 나타났고 봉사자들에게 일만 시켜놓고 먼저 살짝 빠지던 사제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을 이렇게 꾸짖습니다.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너희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가정에서나 학교, 직장, 성당 등에서 무언가 책임을 맡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내가 자녀들이나 아랫사람들에게 하라고 하는 것만큼 내 자신도 모범을 보이고 살아가고 있는지 잠깐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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