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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의 그 날을 기다리며.....(46)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20 조회수1,465 추천수6 반대(0) 신고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

 

        "행복하여라. 그리스도 때문에 모욕을 당하는 사람들!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들에게 머물러 계시리니."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지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계신 주님!

 오늘! 이 거룩한 날에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이 활짝 열어지게 하여 주소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나 살다가신 우리의 신앙의 선조들이시여!

 당신들이 뵈온 그분을 우리도 당신들과 똑같이 뵈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은총을 전구하여 주소서..................

 

 성 십자가 현양 축일까지 제가 온 몸으로, 온 생활로 알아낸

 십자가의 길의 신비에 대하여 쓰고자 하였는데,

 오늘 드디어 한국의 103위 순교자 대축일에 14처에 대하여 쓸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꼭 피를 흘리고 죽어야만 순교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이가 다 피를 흘리고 죽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바라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목숨을 버려야만 산다고 하신 주님께서......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 하신 주님께서는

 피흘리는 육신의 죽음 속에서가 아니라

 매일 매일 삶의 현장에서 이웃에게 당신처럼 "생명을 주는 빵",

 즉 "밥"이 되는 삶을 살라고 우리를 끊임없이 애타게

 매일 매일의 말씀 속에서 부르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주는 빵", "밥"이 되는 삶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십자가의 길의 각 처 마다에 담긴 신비대로

 자신 안에 있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맞지 않는 자신 안의 더러움, 즉

 "교만심"과 아버지께 대한 "불순명"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버린 후에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제14처 무덤에 묻히다.

 

무덤 : 캄캄한 땅 속. 육신이 썩어 흙과 하나가 되는 곳. 보이지 않는 곳.

       세상에서 사람이 내려갈 수 있는 가장 낮은 곳.

 

: 밟히는 존재. -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

 

: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 태양의 빛과 열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곳.

     온갖 더러운 것을 다 받아들여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내는 곳.

 

시체 : 세상 그 어떤 쓰레기보다도 더 더러워져 악취를 풍기기에

     땅 속에 묻을 수밖에 없다.

 

예수 그리스도님 : 시체의 옷인 아마포에 둘러싸여 캄캄한 무덤에 묻히심.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셨다.

    이 세상 그 누구와도 같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 자,

    존재 가치가 없는 자로 여김받으며 캄캄한 땅 속에 홀로 계심.

 

 나 : 무덤에 묻히므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동안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다른 옷으로 감추고(수의를 입음), 모든 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존재가치도 없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되는 것입니다.

 

 이는 완전히 모든 이들로부터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며 "잊혀진 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하던 혈육에게마져도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마치도 ’무덤에 묻힌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고통이 아니라 희망에찬 기다림일 뿐입니다.

 다만 고요와 침묵 속에서 밖으로 나갈 때를,

 예수 그리스도님과 함께 영광스러이 부활할 때를 기다리는 기쁨의 때입니다.

 

       이제 캄캄하던 밤이 지나 서서히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 있으면 반드시 밝은 빛이 비치는 새벽이 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힘차게 무덤을 뚫고 밖으로 나아갈 것이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묵은 사람의 옷을 벗어 버리고,

      새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옷을 입을 것이다!

      한 알의 말알로서가 아니라, 열매맺을 수 있는 새싹으로서.........

      죄인으로 고통당하는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영광에 빛나는 부활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그 때에는

      지존하신 하늘의 임금님을 태중에 모신 성모 마리아님처럼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 지소서." 라고

      나도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게 되리라..................

       

[일기] 1985년 5월 2일

 "주님께서 나의 빛 내 구원이시거늘 내 무엇을 두려워 하랴!"

 "죽음이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해도 주님게서 나와 함께 계시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원수들 앞에서 상을 차려주시고 향기름 머리에 발라주시니

 내 술잔 넘치도록 그득하오이다. 한평생 은총이 나를 따르오리니

 오래오래 주님 궁에서 살으오리다."           시편 23   

 

 주님! 사랑하올 저의 주님! 당신과 온전히 하나되게 하소서.

 모든 이가 저를 외면하고 버린다 할지라도, 주님께서는 결코 이 몸을 잊지 않으시리다.

 모든 이와 모든 일로부터 멀어져 혼자 이방인이 된다해도 저는 두려워하지 않으리이다.

 당신은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실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이나이다......

 

 무덤에 묻히신 주님께서 사흘만에 부활하셨듯이

 미천한 당신의 여종의 처지를 돌보아주시어 부활시켜 주시리라 믿나이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나이다.........

 

 당신의 뜻이 있는 그날까지 조급한 마음을 없이하고

 느긋하게 당신 뜻을 기다릴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주시옵소서.

 어디에, 어떤 처지에 처해지든 기쁜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화로이 받아들일 은총을 주소서.........

 

 당신의 뜻에 한 치라도 어긋남없이 다 채워드리게 하소서.

 죽음이 그늘진 골짜기를 지나 당신 품에 안길 그날까지

 평온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하소서............

 

 당신과 온전히 하나되는 것만이 저의 최대의 원이옵나이다.

 주님! 사랑하올 저의 주님!

 온 마음을 비우고

 모든 일과 모든 이를 사랑하며

 넓게 넓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6월 9일

  "참 수도자가 하느님께 청해야 할 것.

       창피보다도 겸손을

       괴로움보다도 참을성을

       업적보다도 의지를

       일하기보다도 사랑을

       감추기보다도 위탁하는 마음을

       말보다도 행동을

       건강보다도 성덕에의 열의를"

  "겸손하고 유순하고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마음만 가지면 나는 성인이 됩니다."

                            <성녀 베르나뎃다의 ’영혼의 일기’ 중에서>

 

 [실생활] 집으로 돌아 온지 6개월 만에 검사를 하기 위해 갔습니다. 고해사제였던 신부님이나 저나 제 병이 낫는 것이 부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검사후에 신부님께서 "부활했나?" 하고 물어보셨는데, "오늘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나와 봐야 압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병이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계속 기도를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병을 낫게해주시고, 수도원으로 돌아가 죽는 날까지 완전한 사랑, 완전한 순명을 실천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해 주시도록 54일 9일기도를 드렸는데, 거듭 거듭 기도하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주님께서 제게 저의 뜻과는 다른 것을 요구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12월 1일 대림을 맞아 희생, 극기, 기도하며, 계속 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분을 위해 사랑하고, 마음으로부터 화해하도록 애쓰는 가운데 모든 것을 확실히 알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활하기 전에 먼저 무덤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저는 무덤 속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부활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무덤 속에 들어가려면 먼저 수의를 입어야함을 왜 그리도 깨닫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

 마음 안의 모든 나쁜 감정들을 다 정리하고 난 후, 수녀원에 가서 그 모든 사정을 다 이야기 하고, 12월 17일에 십자가를 지면서 부터 입고 있었던 그곳의 수도복을 벗고, 완전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는 시체만이 입는 수의를 입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무덤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날부터 무덤을 뜷고 부활하는 날까지 저는 보통 사람들과 같지 않는 "시체"이기에 병간호를 맡았던 언니에게 마저도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오 5,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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