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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14일 야곱의 우물- 루카 11, 37-41 묵상/ 빈자일등(貧者一燈)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4 조회수525 추천수1 반대(0) 신고
빈자일등(貧者一燈)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 말씀하시자, 어떤 바리사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분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그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루카 11,37-­41)
 
 
 
 
◆평소 예수님은 식사 전 손을 씻지 않는 ‘비위생적’인 분은 아닐 것입니다. 이날 손을 씻지 않으신 것은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려고 약한 자를 선택하신’ 것처럼 깨끗한 척하는 이를 부끄럽게 하려고 짐짓 깨끗하지 않은 행동을 보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깨끗한 것은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속이라고 가르치십니다.
 
물론 예수님은 먼저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하고 강조하십니다. 겉과 속, 모두가 중요하다는 보편적 이치를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속을 강조하신 것은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겉에 편중돼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편중을 바로잡고 균형을 잡기 위해 속을 훨씬 더 강조하셨나 봅니다.
 
형식(겉)을 유난히 중요시하는 것은 의식(예식)입니다. 특히 종교 생활에서 의식은 그 중요성이 경전 못지않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신앙인이 교회의 의식과 이런저런 행사에 열심히 나가고 십일조도 잘 냅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참여하다 보면 신앙생활이 몸에 익숙해지고 신앙이 깊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식과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것만으로 신앙이 깊어졌다고 종종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교회 일에 매우 바쁘고, 교회 사람과 사정에 밝고, 교회 내 계급에 민감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형식에 빠져드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교회 밖 이 세상 어디에나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깜빡 잊기도 합니다. 여기서 정도가 심해지면 형식주의자, ‘잔과 접시의 겉만 깨끗한’ 격이 되겠지요.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라.’고 하는 말씀은 불가(佛家)에서 전하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불교 경전 현우경(賢愚經)중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 대목에선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난타는 많은 사람이 부처님 앞에 성대하게 공양을 하는데도 자신은 아무런 공양을 할 수 없어 애를 태웁니다.
 
그러다 온종일 구걸을 하여 돈 몇 푼을 얻게 되고 정성스럽게 등(燈)을 하나 만들어 부처님께 바칩니다. 밤이 지나가고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은 훤한 낮시간에는 등불이 필요 없으므로 이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껐습니다. 그런데 난타의 등불은 아무리 입으로 불어도 꺼지지 않았답니다. 성대한 공양을 겉치레로 하는 부자보다 온 마음으로 전 재산으로 등불 하나라도 정성스럽게 바치는 난타야말로 참된 사람이라는 가르침입니다.
김지영(한국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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