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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 - 10.1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9 조회수434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말씀)
 
 
 
2008.10.19 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
                                                                            
이사2,1-5 로마10,9-18 마태28,16-20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
 
 


하느님은 최고의 농부이십니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느님이 좋은 날씨 주시지 않으면
풍작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희 수도원도 근래 보기 드문 풍작을 거두었습니다.
이구동성, 크고 맛좋은 배에 모두들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얼마 전 형제들의 일터 방문 시 기회가 되어
잠시 배 창고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바쁘고 힘들었지만 기쁨 가득한 얼굴들에 민첩한 몸놀림들이었고,
저 역시 창고 가득한 배 상자들에 마음 뿌듯했습니다.
 
순간 떠오른 생각입니다.

“이 좋은 수확의 계절 가을철,
  만약 흉작으로 인해 소출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면
  얼마나 마음 썰렁할까..
  부실한 삶으로 가을 노년,
  이런 흉작으로 나타나는 인생 결과라면 얼마나 허무하고 쓸쓸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흉작 인생이라면 말할 수 없이
마음 허전하고 회한 가득할 것입니다.
 
반면, 믿음, 희망, 사랑의 열매들 주렁주렁한
영적 삶의 노년이었다면
뿌듯한 마음으로 찬미와 감사기도 바치며
부활의 봄을 내다보며 죽음의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어제는 문득 노 수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 수사님은 앞으로의 내 모습이다.’라는 생각이
깨달음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우리 역시 인생 가을을 맞이하고
죽음의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1년 농사가 아니라 평생 농사의 우리 인생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인생을,
영적 소출 풍성한 인생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첫째 주님을 중심에 둔 삶입니다.

언제나 주님을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배우며 살아야 혼란 중에 방황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배움터에서
주님으로부터 평생 배워야 하는 평생학인인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주님께 배우며
주님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전시키는 관상적 삶일 때
안정과 평화요,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풍성한 영적 풍작 인생의 토대입니다.

주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라는 가시적 표지가
바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은총 가득한 미사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꿈과 비전, 희망이 농축되어 있는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 미사잔치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주님의 산, 하느님의 집, 시온,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바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입니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
  이는 시온에서 가르침이 나오고,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말씀이 나오기 때문이다.”

평생 무슨 공부입니까?
하느님 공부입니다.
우리의 구원과 생명이 달린 하느님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하느님 빠진 공부, 모래위에 집짓기 공부임을 보여 주는 게
오늘날의 세상공부입니다.

평생 하느님을 공부해야 하는 평생학인인 우리들입니다.
 
하여 하느님을 배우려,
주님의 산 불암산,
하느님의 집 요셉수도원의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신 주님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며 닮아갈 때 저절로 평화의 삶입니다.
 
이사야 예언이 그대로 실현됩니다.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평화의 비전입니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전쟁은 악이며, 하느님이 원하시지도 않습니다.
 
이런 평화와 얼마나 멀리 있는 오늘 국내외적 현실인지요.
그러나 이런 평화의 비전이 우리를 고무하고
더욱 하느님 공부에 매진하게 합니다.
 
하느님 공부에 이 미사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둘째 주님을 선포하는 삶입니다.

평생 주님의 선포자로 살 때 풍성한 영적 풍작의 삶입니다.
안으로 평생학인의 삶이라면
밖으로는 평생 복음 선포자로서의 삶입니다.
 
복음 선포는 교회는 물론 우리 모두의 본질적 사명이자 의무입니다.
교회는 물론 우리의 존재이유인
복음 선포가 없는 교회나 신자들, 죽은 교회요 신자들입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전교주일 담화문에서 말씀하십니다.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 묻는 우리들에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미래요,
  그리스도의 복음은 삶을 변화시키고
  인류와 우주의 미래를 희망으로 비추어준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선교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구원하고
우리가 만민에게 선교하도록 재촉합니다.
 
주님의 마지막 유언이 선교의 명령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복음 선포의 대상에서 제외될 자 아무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모든 민족들이 복음 선포의 대상입니다.
거창한 복음 선포가 아닙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 삶의 자리 주변의 모든 이들이
복음 선포의 대상입니다.
 
세례의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겸손히, 항구히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의 사랑으로,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의 사랑으로 작은 자 되어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는 데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어 듣지 못하면
복음을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건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또 이 수도원의 미사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사랑의 실천과 더불어 이웃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요,
복음이 선포되는 장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눈과 귀만 열리면
곳곳에서 복음 말씀을 접하게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주님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가기 전에 이미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사랑으로 눈만 열리면 지금 여기 함께 계신 주님을 발견합니다.
이미 주님 함께 계시기에 평생학인으로서의 하느님 공부도 가능하고,
복음 선포자로의 삶도 가능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늘에 오르시기 전
제자들에 대한 마지막 유언이 바로 마태복음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보다 더 큰 위로와 격려가, 힘이 되는 말씀은 없습니다.
주님이 언제나 함께 계신데
그 누가, 그 무엇이 우리를 다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애당초 우리의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 임마누엘 하느님이십니다.
 
부활하시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이십니다.
 
‘외출하신 분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들이라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 계신 하느님을 놔두고 외출하여
밖에서 하느님을 찾는다.’고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말합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이십니다.

이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고 살 때 풍요롭고 품위 있는 영적 삶입니다.
 
‘텅 빈 공허’가 아닌 ‘텅 빈 충만’의 삶입니다.
나뭇잎들 다 떨어져 나간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겨울나무 같은 삶에도
혼자가 아닌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믿음이
그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빛나게 합니다.
 
평생 인간 존엄과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이십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주님은 이 미사 강론을 통해 세 가지 지침을 알려주셨습니다.

주님을 중심에 둔 삶,
주님을 선포하는 삶,
주님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중심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사시고자
당신의 말씀과 성체로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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