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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19일 야곱의 우물- 마태 28, 16-20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9 조회수468 추천수4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6-­20)
 
 
 
 
마태오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단 한 번 만나십니다. 이 만남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 예수님께 위임받은 제자들의 사명 등이 모아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영원한 후원 약속과 그 믿음이 세상 끝 날까지 유효할 것입니다.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16절) 제자·갈릴래아·산은 예수님의 이 세상 활동을 구성하는 본질입니다. 바로 이 공간에서 제자들은 부르심을 받았고 예수님의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산’이 재회의 장소가 된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부활하신 분은 다시 이곳에서 미래를 지시하십니다. 이제 제자 공동체는 열둘이 아닙니다. 유다의 배반과 낙오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예수님께 끝까지 충성을 다하지 못한 충격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단절을 치유하십니다.
 
새로운 제자를 뽑으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좌절한 제자들을 새로이 부르십니다. 이미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래아에 가 있겠다고 예고하신 대로(26,32; 28,7.10) 이곳에 와 계십니다. 좌절을 맛보았기에 예수님의 새 부르심이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갈릴래아에서 지금까지 예수님과 함께했던 그들의 전체 역사에 다시 귀환하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내 형제들’이라 부르셨습니다(10절).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17절) 약속하신 대로(7.10절)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함으로써 그분을 주님으로 인정하고 주님이심을 경험합니다.(2,11; 14,33 참조) 더러는 의심하여 흔들렸습니다(17절).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마르 9,24) 믿음과 의심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분은 발현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고 제자들을 안심시키시지만, 의심을 풀어주지는 않으십니다. 믿음은 본인의 몫입니다. 제자들은 선교를 통해서 자신들의 의심을 극복할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18절) 하느님께서 지배하실 때가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에도 전권을 지닌 분으로서 행하셨습니다(7,9; 8,8 이하; 21,23 참조).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께서(11,25) 그분께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주셨습니다. 역대기에 등장하는 키루스 임금의 선언을 연상시키는 말씀입니다. “주 하늘의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나라를 나에게 주셨다.”(2역대 36,23) 다니엘서의 하늘로부터 권능을 받는 사람의 아들의 모습이 더 신비스럽습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4) 예수님은 우주적 왕권을 하느님께 받았음을 확언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19­-20ㄱ절) 하늘과 땅을 호령하시는 부활하신 분이 아버지께 받은 모든 권한을 제자들에게 위임하십니다. 사명을 주시고 강력한 후원을 보증하십니다. 모든 세계가 그분께 속해 있기 때문에 그분은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고자 하십니다. 그분의 부르심은 차별 없이 모든 인간 집단을 향하여 열려 있습니다. 자유로운 결정으로 제자들을 부르셨듯이 그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제자로 삼아야 합니다. 제자들이 또 다른 제자들을 만들어갑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길은 세례를 통해서입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베푸는 세례는, 아버지이시며 아들이시고 성령이신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선포를 믿는 것을 전제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알고 당신께 향하여 당신과 관계를 맺도록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셨습니다. 세례는 하느님의 울타리 안으로 우리를 인도해 줍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분께 우리를 맡겨드립니다. 그분의 보호와 지배 아래 있게 됩니다. 아버지의 자녀가 됩니다. 성령께서 세례로 우리를 개방하시고 아버지와 아들과 하나로 묶어주실 것입니다.
 
세례 받은 이들의 공동체는 이에 어울리는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참된 행복에서부터(5,3-­12) 최후 심판의 말씀에(25,31-­46) 이르기까지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던 바입니다. 제자들은 또 다른 제자들에게 계속 이 가르침을 전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분께서는 제자들을 통해 모든 이들을 공동체에 받아들이고자 하셨고, 공동체와 가르침이 계속 전해지길 바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자들을 파견하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변화된 이들은 다른 이들과 이 체험을 나누고,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지키도록’ 계속 가르칠 것입니다. 이념을 확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공동체는 세례를 통하여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공통된 소속감에 뿌리 내린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0ㄴ절) 지금까지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는 예수님의 살아 계신 현존을 통하여 이어져 왔습니다. 이 현존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형태가 달라질 뿐입니다. 구약시대부터 아주 오래된 강하고 효력 있는 하느님의 약속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힘만으로 무엇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사명에는 그분의 현존과 강력한 도움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지금 모든 권한을 위임하시면서도 이 말씀으로 약속하십니다. 부활하셨지만 인간세계를 떠나지 않고 제자들을 통해서 온 세상 모든 민족에게 주님으로 활동하십니다. 부활하신 분은 ‘임마누엘’로 남으십니다. 복음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 맞닿아 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 신앙의 증인으로 살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그 소명을 수행하면서 그들의 부활 신앙은 더욱 확고해질 것입니다. 신앙은 반드시 행동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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