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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도 가라지였습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4 조회수471 추천수9 반대(0) 신고
 
 

저도 가라지였습니다 - 윤경재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마태 13,24-30)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함께 하였답니다. 반갑게 친구들을 만난 미켈란젤로는 부득이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함께 식사하던 친구들이 그들의 소식을 말하고 나서는 하나둘 다른 친구들의 결점을 말하며 씹더랍니다.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사람의 험담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하더랍니다. 그가 묻지도 않은 모르는 사람들까지 거명하며 한참이나 열을 올리더랍니다.

밤새 남의 험담을 하던 그들이 문득 미켈란젤로가 대화에 끼지도 않은 채 아무 말도 없이 지루하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이에 미켈란젤로는 아무 대답도 않고 하얀 손수건을 한 장 꺼냅니다. 그리고 손수건 한 가운데에 펜으로 검은 점을 꼭 찍고 나서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이 손수건에 무엇이 보이지?”

친구들은 무심하게 “검은 점이 보이지, 무엇이 보여.” 하고 대답했습니다.  

“내 눈엔 하얗고 깨끗한 손수건이 보이네.” 하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읽으며, 저도 가라지 짓을 지나치게 자주 했었는데 그때마다 종들이 뽑아내려고 애썼다면, 진즉에 뽑혀 버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역 모임이나, 그 밖의 성당 단체 행사에 개인적 핑계를 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을 때, 다른 교우들이 얼마나 눈엣가시처럼 생각했을까 하니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성경 공부 할 때 이상한 질문을 하여 봉사자나 여러 교우를 당황하게 하였던 일들, 사목회의에서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제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던 일들 등등 교회 공동체에서 가라지 같은 역할을 아무 생각 없이 했었습니다.  

또 반대로 남들을 가라지라고 여기고 뒷담화를 하거나 그들의 결점을 들추어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사소한 견해 차이에 지나지 않았던 일을 왜 그리도 흥분했었는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심지어 사제나 수도자 분들과도 의견이 엇갈려 드러내놓고 원망하지 못해도 뒤에서 쑥덕공론을 자주하였습니다.

손수건은 깨끗하기만 하면 됩니다. 점 하나 찍혔다고 해서 손수건 역할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남의 단점을 더 크게 보는 눈만 키워가지고 다녔습니다. 본래 그 사람의 쓰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가 잘하는 것을 애써 외면합니다. 그리고는 그를 가라지처럼 여깁니다. 그만 없었다면 더 많은 소출을 얻었을 텐데, 모든 일이 더 잘될 텐데, 더 행복할 텐데....... 그러나 진짜 그럴까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가라지가 또 있습니다. 미사 참례 때나, 기도할 때 곧잘 분심에 들어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자책할 적이 많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머물며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목적인데 분심이 든다고 그 분심을 없애려 쫒아 다니면 오히려 기도 시간 내내 하느님의 위로를 받기커녕 힘들기만 합니다. 미사시간에도 너무나 자주 상상 속 딴 나라에 가서 헤매다가 그런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곤 자신을 책망합니다.

영성의 스승들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기도나 미사 중에 분심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밭에 밀을 심으면 가라지 또한 저절로 자라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가라지를 보고 싶지 않다고 밀을 심지 않을 수도 없다. 풍성한 소출을 얻겠다고 가라지를 뽑다가 밀을 뽑아내지 마라.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말고 본래 목적에 충실하라고 합니다. 분심이 들면 ‘그래 너 또 왔구나! 잠시 놀다 가라.’하고서 주님을 찾는 자신만의 열쇠를 갖추라고 충고합니다. 가라지 보다는 밀에 초점을 두라는 충고입니다.

오늘, 저 역시 가라지였음을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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