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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혹의 종착역-판관기73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3 조회수466 추천수4 반대(0) 신고

유혹의 종착역-판관기73
 
  <생명의 말씀>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들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 들릴라가 이렇게 소리치는 것을 듣고 삼손은 잠에서 깨어 났다. 그는 전과 같이 털고 일어나 뛰쳐 나갈 수 있으려니 여겼다. 야훼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불레셋 사람들은 그를 잡아 눈을 뽑은 다음 가자로 끌고 내려가 놋사슬 두 줄을 메워 옥에서 연자매를 돌리게 하였다. 그러는 동안 잘렸던 그의 머리가 점점 자랐다. (판관기 16:20-22)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삼손이 이제는 완전히 덫에 걸려 버렸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늘 그래왔던 대로 방탕하게 살아도 하느님이 자신에게 주신 힘으로 위기 상황에서 여유 있게 빠져 나올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삼손은 늘 그 아슬아슬함을 즐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가 번번이 낭패를 당하는 블레셋 사람들을 지켜 보는 것이 재미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시간이 와 버린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며 기다려 주셨던 하느님도 당신과의 서약을 깨뜨릴 수 있도록 그 비밀을 적에게 속된 말 그대로 불어 버린 삼손에게 더 머물려 계실 수 없으셨던 것입니다. 하느님이 떠나신 게 아니라, 삼손의 일관되게 반복되는 잘못된 태도가 하느님을 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힘이 빠진 삼손에게 블레셋 사람들이 한 행동을 판관기 저자는 '그를 잡아 눈을 뽑은 다음 가자로 끌고 내려가 놋사슬 두 줄을 메워 옥에서 연자매를 돌리게 하였다.'라고 간단하게 기록합니다. 그 기록은 간명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삼손에게 온갖 수모를 겪은 그들이 삼손을 어떻게 대우했는지는 뻔한 일입니다. 그냥 한 번에 죽인 것이 아니라 앞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게끔 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저버리고 하느님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종착역을 삼손에게서 보는 듯합니다. 세례라는 영적인 표식을 자기 영혼에 깊게 새기고도 하느님을 따르기보다 세상의 욕심과 경제논리 혹은 경쟁에 입각해서만 아등바등 살아가려고만 한다면, 세례의 영적 표식을 볼 수 있는 어둠과 사탄이 그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요? 제가 사탄이라면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표식을 지녔으면서도 하느님을 떠난 사람들만 더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유혹하고 그 사람이 가는 길목에 함정을 파놓을 것 같습니다.

삼손은 사탄이 주는 유혹이라는 유혹에 다 빠져서 즐기고, 사탄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함정은 다 들어가서 놀았던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능력이 위대했기 때문에 99%의 유혹과 함정은 다 빠져 나왔지만, 마지막 치명적 유혹과 함정에서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사탄은 한 번만 제대로 성공하면 그 임무가 완수됩니다. 그 한 번의 최후 성공을 위해서 우리에게 수없이 쾌락과 방종이라는 유혹의 그물을 던집니다. 한 번 걸려들면 두 번 걸려들기는 더 쉽고, 두 번 이상 걸려들면 나중에는 스스로 그 유혹을 찾아 나서다가 결국에는 삼손처럼 되는 것입니다. 빠져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나에게는 거기서 빠져 나올 힘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도 손쉽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혹이 있습니다.

'이번 주 미사 한 번 기도회 한 번 빠지고 자연으로 놀러 가자!, 한 번인데 그리고 매주 그런 것도 아니고, 이렇게 가끔은 자연에 나가서 휴식을 취해야 영과 육이 균형을 이루지. 다른 사람들은 뭐 다 그렇게 사는데.. 주 5일 근무제 되고 나서 전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어디 가서 쉬고 오는데...'

맞는 말 같지만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한 주일미사가 두 번이 되는 건 매우 쉬운 일이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내 삶에는 하느님과 그분의 가르침이 사라집니다. 세례의 영적 표식은 가졌지만 하느님을 떠난 사람이 되기 쉽다는 말입니다.

유혹의 종착역은 늘 참담한 것입니다. 내 안에는 다른 선한 것들도 있지만 삼손도 함께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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