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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속(實-)있는 삶" - 2.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05 조회수4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5 토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251) 기념일

히브13,15-17.20-21 마르6,30-34

 

 

 

 

 

"실속(實-)있는 삶"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오늘 미사 중 화답송 후렴이 오늘 말씀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사도들은 물론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다음 착한 목자 주님의 배려 말씀입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외딴 곳에서 쉬면서

주님의 위로와 힘으로 심신을 새로이 해야 활력 있는 삶입니다.

일만이 아니라 쉬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이래서 피정이요 성전 공동전례 안에서의 거룩한 휴식입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시 ‘두메꽃’처럼

때로 외딴 곳에서 머물 필요가 있습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피고 싶어라.”

 

이제 주님 안에서 머무는,

주님만으로 행복한 복된 고독은,

두메꽃 체험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된 시대입니다.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에

우리는 다음 초대송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순교자들의 임금이신 우리 주님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순교자들의 임금’대신

‘양들의 위대한 목자’로 바꾸어도 참 잘 어울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착한목자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는 사도들 처럼

우리 역시 주님 앞에 와

한 일을 보고하며 하루 삶의 양식과 지침을 받는

거룩한 미사 관상기도시간입니다.

매일 주님과 함께 하는 외딴 곳, 외딴 시간 성전 안에서

주님께 미사와 성무일도를 바치며 영육을 충전하는 우리들입니다.

 

‘관상이냐 활동이냐?’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실속 있는 삶이냐 실속 없는 허영의 삶이냐?’로,

‘알맹이의 삶이냐 껍데기의 삶이냐?’로,

‘본질적인 삶이냐 부수적인 삶이냐?’로 구분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관상이든 활동이든 똑같이 주님을 섬기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균형과 조화의 삶의 리듬이 중요할 뿐

우열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과연 하느님 중심의 ‘실속 있는 삶이냐?’가 분별의 잣대입니다.

허영의 껍데기, 실속 없는 외적 삶으로 치닫는 오늘의 세태이기에

근검(勤儉)의 실속 있는 알맹이의 내적 삶이 더욱 갈급합니다.

‘열매 실(實)’자가 들어가는 실속 있는 삶은

바로 진실한, 충실한, 성실한, 착실한, 견실한 삶을 뜻합니다.

부부간의 실속 있는 삶이라면

부부간의 사랑의 열매(實)인 자녀들의 축복도 저절로 뒤따를 것입니다.

 

어제 저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보자기를 풀어보니 고급천으로 된 가방이 있었고,

가방을 열으니 고급 종이 박스가 있었고, 종이 박스를 열어보니,

24개의 작은 프라스틱이 가지런히 있었고,

작은 박스 안에는 곶감이 한 개씩 들어있었습니다.

참 허탈했고 공허했습니다.

먹고 나면 쓰레기만 남을 것입니다.

곶감 알맹이 보다는 포장비가 몇 배는 비쌀 것입니다.

바로 이게 오늘날 외적 삶으로 치닫는 실속 없는 삶의 단면입니다.

경제도 정치도 교육도 종교도 결과의 알맹이에 비해

낭비가 너무 크고 껍데기만 화려하니 말그대로 외화내빈(外華內貧)입니다.

곶감 선물을 통한 묵상이고

그 전에 설날 전에 받은 실속 있는 쌀 선물이 참 따뜻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진심이 가득 담간 쌀 선물입니다.

즉시 짧은 답장을 보냈습니다.

 

 

“친애하는 자매님께

  감동입니다.

  지난주일 아침 뜻밖에 쌀 택배 선물 받으니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넉넉하고 뿌듯합니다.

  쌀보다 더 소중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얀 쌀 밥 먹을 때 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매님과 가정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주님 안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 프란치스코 신부 드림”

 

 

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하여 어는 시인은 ‘밥은 하늘’이라 고백합니다.

 

예전 초등학교 근무시절 어느 겨울 철

가난한 청부아저씨의 진솔한 고백도 생각납니다.

수차례 인용하는 예입니다.

 

“저는 봉급을 타면 우선 쌀과 연탄을 삽니다.

  쌀과 연탄을 보면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쌀과 연탄, 김치만 있으면 겨울나기는 문제없습니다.”

 

쌀, 연탄, 김치는

일체의 허영이 사라진 실속 있는 알맹이의 삶을 상징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실속 있는 삶 안에 통합되는

관상(전례)과 활동(삶)이요,

유연하고 지혜로운 삶입니다.

오늘 히브리서 말씀처럼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 드리는

입술의 열매인 찬양 제물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의 열매인 선행과 나눔의 제물도 있습니다.

전례를 통한 찬양 제물이든,

선행과 나눔의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의 제물이든

모든 일에 영광과 섬김을 받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외딴 곳에서 쉬려 했지만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많은 군중이 가엾어

쉼을 포기하고 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고정된 틀에 사로 잡히지 않으시고

언제나 양들의 필요에 응하시는

참으로 유연한 착한목자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또 하느님 중심의 실속 있는 삶을 사는 지혜로운 이들은

다음 히브리서 말씀을 너무나 잘 깨닫기에

결코 교회지도자들과 불필요한 충돌을 하지 않습니다.

 

“지도자들의 말을 따르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하느님께 셈을 해 드려야 하는 이들로서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탄식하는 일 없이

  기쁘게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탄식은 여러분에게 손해가 됩니다.”

 

아주 실제적인 지혜로운 훈계로

하느님 중심의 실속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은 그대로 이 말씀을 실천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외딴 곳, 외딴 시간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에

당신께 찬양의 제물을 바치는 우리 모두의 영육을 새롭게 충전시켜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마음이 드는 것을 우리에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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