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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조금 있으면과 조금 더 있으면/신앙의 해[16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9 조회수471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황새 바위 순교탑 광장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자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만일 우리가 지금 죽음의 순간에 놓였다고 할 때,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가장 많이 후회할 일이 무엇이겠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단다. 그녀에 따르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사람들은 지나간 추억 가운데 아주
작은 사건들을 떠올렸으며, 마지막 소원으로는 아름다운 바다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등 무척 소박한 바램이었단다.

퀴블러 로스는 또 이렇게 말한다.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살아 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닫고 다른 이에게 사랑과 용서를
건네주는 사람이 될 때,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큰 후회 없이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 자신이 간절히 바라게 될 바로 그것을 지금 실천하도록
하자. 그것이야말로 준비된 아니 평안한 죽음을 맞는 깨어 있는 사람의 자세이니까.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 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요한 16,19ㄴ-20)
 

‘시간’이라는 말은 그리스 말로 두 가지로 표현된다. 하나는 ‘크로노스(Kronos)’로서
이는 인간의 시간이다. 근심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으로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결정하는 시간을 말한다나.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
Kairos)’로서 이는 하느님의
시간이란다. 기쁨의 시간은 주님께서 뜻하시고 결정하시는 시간이라나.
인간의 시간 속에 살면 언제나 불안하고 근심과 걱정에 시달릴게다.
그러나 주님의 시간 속에 살면 시련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두려움이 사라지리라.

우리는 아직도 세상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근심하고 늘 불안해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시간 안에 머물라고 당부하신다. 그러면 근심은
사라지고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데. 참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뜻과 생각,
우리의 결정을 접고 주님의 뜻과 생각에 일치하며 주님의 시간 속에 사는 것일 게다.
 

‘조금 있으면’ 예수님을 보지 못하나 ‘조금 더 있으면’ 예수님을 보게 된단다.
이 표현이 예수님의 말씀에서 두 번이나 나오고, 제자들의 입에서도 한 번 나온다.
‘조금 있으면’과 ‘조금 더 있으면’이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지금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어서 든든하고 행복하며 은혜로울 게다.
그러나 이 시간은 잠깐이리라.
 

‘조금 있으면’ 예수님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든든함 대신에 불안을,
행복 대신에 불행을, 은혜 대신에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안과 불행, 고통도
역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있으면’ 예수님을 다시 볼 것이기에.
그때는 불안과 불행, 고통은 사라지고 든든함이, 행복이, 은혜가 이어질 게다.

이는 제자들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가운데 지금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또한 그것이 조금 더 있으면 필경 사라지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조금 있으면’ 사라지게 될 것을 두고 행복감에 젖을 필요도 없고,
‘조금 더 있으면’ 사라지게 될 것을 두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좋은 일이라고
항상 좋은 것으로 남지 않고, 나쁜 일이라고 항상 나쁘게만 남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이 모든 체험을 통하여 결국에는 우리를 영원한 행복으로 부르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가 가져야 할 느긋한 마음의 자세일 게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한 열쇠를 이렇게 항상 준비하고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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