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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17일 야곱의 우물- 루카 12, 1-7 묵상/ 새로 맺는 영적 관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7 조회수622 추천수3 반대(0) 신고
새로 맺는 영적 관계

그 무렵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루카 12,1-­7)
 
 
 
 
◆저는 한 일간신문사에서 2년 반 전 퇴사했습니다. 첫 직업인 신문기자로서 첫 직장이었던 신문사에서 꼬박 26년 반을 보냈습니다. 사회부 수습기자에서 시작해 편집국장과 편집인까지 지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직후부터 계속된 그 기간은 역사의 소용돌이가 대단했습니다. 격랑의 세월 동안 때로는 시대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때로는 자부심으로 매일 마감을 하면서 피를 말리는 뉴스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군사권위주의 정권시절, 필화사건으로 안기부 지하실에 끌려가 고문도 당했지요. 또 제가 일했던 신문사는 소유 주체가 네 차례나 바뀌는 등 풍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좋은 신문 좋은 회사를 만들자며 훌륭한 선후배들과 함께 손잡고 일하는 게 행복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신문기자로 일하고 신문사에서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것은 저의 부족한 능력에 비하자면 과분했습니다. 신문기자직이 어릴 적 꿈이었으므로 꿈을 이루었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거의 전부는 ‘신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퇴사는 본의 아니게, 경영 주체가 바뀌면서 강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저에겐 아무런 준비가 없었습니다. 전부였던 나의 세계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 없이 전혀 낯선 세계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배신감·모욕감·외로움·자기모멸감·균형감 상실과 판단의 혼란,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어려움 등…. 지독하게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에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27년 세월이 단지 하룻밤의 꿈인 듯 느껴졌습니다. 그러고는 27년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시간의 구별없이 동시에, 한눈에 전관(全觀)하는 느낌이 선연하게 들었습니다.
 
‘하루를 천 년같이, 천 년을 하루같이 보시며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놓으신 하느님’이 떠올랐습니다. ‘주님이 보시기에 빤한 27년을 나 혼자 앞뒤로 얄팍하게 세어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퇴사 직후 영적 지도를 해주셨던 분의 말씀이 이때 비로소 저에게 큰 버팀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느님과 새로 영적 관계를 맺어라. 영적 기둥만 튼튼하면 된다. 그래서 내적으로 성숙해지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따라오는 종속변수가 될 것이다. 내적 성숙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를 살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는 생각만 있으면 답이 올 것이다.”
김지영(한국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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