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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안에 머물러라" - 5.1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10 조회수470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5.10 부활 제5주일
                                                
사도9,26-31 1요한3,18-24 요한15,1-8

                                                    
 
 
 
"내 안에 머물러라"
 


아침기도 시 새삼 마음에 와 닿은 시편 한 구절입니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 이 몸은 당신이 그립나이다.”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사막 세상에서 하느님을 목말라 하는 사람들입니다.

며칠 전 봄 소풍을 떠나면서
한 형제의 말에 가슴이 설렜던 일도 생생합니다.

“동해바다에 다녀오겠습니다.”
 
얼마나 낭만적인 말인지요.
시 구절 같지 않습니까?
바다란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속 바다를 향한 동경이 물결치는 듯 했습니다.
 
아주 예전 성지순례 중
홍해 곁에서 하늘과 바다와 땅이 맞닿은 장면에서
거닐던 사람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는 느낌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의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마음입니다.

아침 산책 중 저절로 눈길 가는 불암산 배경의 하늘과
온 땅 가득한 신록의 초목들,
넓은 밭에서 귀엽게 자라나는 채소들을 보며
하늘과 땅에 가득한 하느님의 영광을 묵상했습니다.
 
또 온갖 채소를 키워내는 밭의 흙에서
그대로 한없이 넓고 따뜻한 가슴에
한없이 인내하며 기다리는
주님의 마음을, 어머니의 마음을, 공동체의 마음을
묵상했습니다.
 
과연 넓고 따뜻한 주님 안에,
공동체 안에 뿌리 내린 삶인지요?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예수님은 참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그 가지들이요,
하느님 아버지는 농부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농사짓는 수사님들도
자주 하느님은 최고의 농부라고 말하곤 합니다.
 
농사 중 80%는 하느님 농부께서 하시는 일이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적절한 날씨와 비에
우리의 노력이 합해져야 풍작이라는 것입니다.
포도밭을 살피는 농부처럼
늘 우리의 상태를 점검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께 붙어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신다 합니다.
 
과연 내 인생 나무는 어느 계절에 와 있으며
그 인생 계절에 걸맞게 열매는 잘 익어가고 있는 지요.
 
믿음, 희망,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아버지께서 우리 인생 가을 수확시기에
열매들이 빈약한 삶의 나무들이라면
얼마나 그 인생 허무하겠는지요.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이 말씀 얼마나 은혜롭습니까?
 
내 인생 농사 나 혼자 짓는 게 아닙니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노력하여 열매를 낼 때
하느님은 전적으로 도와주셔서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어려움 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최선을 다한 이들을
하느님께서는 직접 도와주시어
위기를 타개해 주시고 풍족한 열매를 맺게 해 주셨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오늘 복음의 핵심 말씀이자 강론 말씀입니다.
 
개인은 물론 공동체 모든 형제들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디에 머물러 사십니까?
언제 어디에 있든 주님 안에 머물러 살아야 합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말 그대로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해 지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를 때 주님께서도 우리 안에 머무르십니다.
 
주님과 하나 된 삶이요 공동체가 됩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역시 주님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매사 헛수고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허무만 가득할 뿐입니다.
 
늘 점검해야 할 사항은
주님 안에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뜻하고 넉넉하고 기름진 밭 흙의 품 안에 뿌리 내려
힘차게 자라나는 초목처럼
주님 사랑 안에, 공동체 사랑 안에 머물러
믿음의 뿌리 내려야
생명력 넘치는 삶에 풍부한 열매들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를 때
말씀의 은총으로 우리의 영육은 깨끗해집니다.
 
말씀은 영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의 은총이
우리의 전 존재를 깨끗하게 하고 거룩하게 합니다.

주님 안에 마무르는 것은 추상적인 게 아닙니다.
 
주님의 계명을 지켜야 비로소 주님 안에 머무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입니다.
 
말과 혀로의 공허한 사랑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처럼,
형제들의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따름으로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랑은 추상 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실행의 동사입니다.
 
오늘 1독서 사도행전에서
사울을 챙기는 바르나바의 형제적 사랑은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이런 진정한 형제들 사랑이 주님 안에 머무르는 지름길이요, 이런 형제들 사랑과 더불어
주님 안에 우리 믿음의 뿌리도 더욱 깊어집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바로 이게 우리의 복된 운명입니다.
 
포도나무 주님 있어 가지들인 우리들입니다.
포도나무를 떠나서 가지들 살 수 없듯이
주님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하는 것 없는 것 같으면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관상적 삶을 사는 이들,
바로 주님 안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많은 일 하면서도
별 열매도 못 내는 이들 주님 안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가정의 가훈도
‘일하고 기도하라’가 아니라 ‘기도하고 일하라’ 의
순서입니다.
 
먼저 기도함으로 주님 안에 자리 잡고 일할 때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정말 실속 있는 열매 풍성한 삶입니다.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미사 후 낮기도 시편 말씀들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고,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고,
  이른 새벽 일어나 늦게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헛되리니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그 잘 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
진정 주님의 사랑을 받는,
주님 안에 머무르는 자들은
하는 일 없이 잠자는 중에도 주님의 축복과 은혜를 받습니다.
 
그러니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자들을
누가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세상 그 누구, 그 무엇도 이들을 다치지 못합니다.
 
온통 주님의 은총의 선물을 누리며 사는 우리들입니다.
건강과 시간의 선물을 주셔서
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자각에서 저절로 끊임없이 솟아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진정 주님 안에 머무를 때
저절로 주님의 뜻대로 청하는 기도가 됩니다.
 
하여 우리가 청하는 기도는 다 이루어집니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은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의 뜻대로 바치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그대로 삶의 반영입니다.
 
삶에서 나오는 기도요 기도가 삶의 꼴을 형성해 갑니다.
 
기도를 보면
그가 누구이며 그 삶이 어떤지 즉각 드러납니다.
 
그러니 늘 주님 안에 머무르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바치는 기도의 열매들,
믿음, 희망, 사랑의 열매들이
진정 우리를 내적부자로 만듭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우리의 영적 삶의 궁극 목표는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고
우리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 안에 깊이 뿌리 내리면서 익어가는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의 풍성한 열매들이
우리가 참 제자임을 증명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당신 안에 머무는 우리를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케 하시어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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