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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복음 맛 들이기 -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0 조회수664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제 23 주간 목요일 - 자비는 심판을 이긴다.

 

                                                                                                  <루카 6, 27-38>

 

저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군것질 할 가게도 없는 곳이었기에 가끔 찾아오는 뻥튀기 리어카가 밥 아닌 다른 것을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그 아저씨가 오면 집에 있는 모든 쇠붙이나 병들을 모아서 가져다주었고 그것 때문에 동네가 깨끗해 질 지경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그 아저씨가 서비스 차원에서 뻥튀기를 거저 준다고 아이들만 다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빈손으로 달려 나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각자 그릇을 준비해 나왔습니다. 한 친구는 세숫대야만한 양동이를 들고 나왔는데 저는 그것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각자가 들고 나온 것에 가득히 뻥튀기를 채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양 손을 벌려 최대한 많이 받아보려 했지만 가장 적은 양만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저씨가 불공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들고 나온 그릇의 크기는 각자가 판단했던 뻥튀기 아저씨의 자상함의 크기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각자가 그 아저씨를 판단한 만큼 받아가게 된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양을 주는 것보다 각자가 판단한 기준대로 주는 것이 더 공평한 것입니다.

  예수님도 “너희가 되질하는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시며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심판의 잣대대로 심판받으리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남을 모질게 심판했으면 모질게 심판받을 것이고 자비로웠다면 우리의 죄도 자비롭게 용서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무자비한 자는 무자비한 심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 (야고 2,13)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자비롭기만 하면 죄를 지어도 된다는 말일까요? 물론 죄를 많이 지어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모두 용서했다면 그 죄는 다 용서받을 것이지만, 인간의 본성상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죄를 짓기 때문에 남을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남을 판단하게 되었습니까?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 처음이 아닙니까? 인간은 죄를 지으면 양심의 목소리와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남을 더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을 더 판단하는 사람이 더 큰 죄인입니다.

  공기 안에는 좋은 냄새와 안 좋은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에나는 썩은 냄새만 맡고 그 냄새를 쫓습니다. 상어는 바다에 피가 한 방울만 떨어져도 수 킬로 밖에서 그 냄새를 맡는다고 합니다. 꿀벌은 꽃을 보지만 파리는 썩은 것만 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존재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나쁜 것만 찾아내서 그것을 보고 판단하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본성이 이미 하이에나나 상어, 파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서 사람을 심판하실 때 양과 염소로 나눌 것이지만 심판 때문에 양과 염소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마태 25장 참조). 이미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 있는 것입니다. 한 번 더 남을 심판 할수록 자신은 점점 염소가 되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남을 미워하지는 맙시다. 남을 용서 못하고 미워한다면 나의 죄 또한 용서받지 못합니다. 우리들 중에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하늘나라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스스로도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오니,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 로마에서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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