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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41회 군인주일 강론글 모음 - 군종교구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5 조회수462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 코린 5,14)


해마다 군인주일이면 군(軍) 사목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주시기를 청하기 위해 각 본당과 여러분들의 이 귀중한 시간을 청합니다. 먼저, 본당과 교우 여러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동안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 적이 있나 반성해봅니다. 이 시간, 이 자리를 빌어 군종교구의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까지 여러분들께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영적·물적 도움 덕분에 병사들과 군 가족들에게, 그리고 군(軍)이라는 사회 안에 하느님 나라를 전하고,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과 관심 덕분에 논산 훈련소 연무대 성당 건립도 윤곽을 잡아가게 되었고, 그 누군가에게 전해지는지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지만, 군종 신부님들과 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여러분의 사랑이 전해지고 있음은 분명한 일입니다. 이러한 도움과 사랑을 받고 있기에 다시금 여러분 앞에서 군 사목과 봉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천주교 군종교구 홈페이지(www.gunjong.or.kr)의 게시판에 올라온 어떤 육군 군종 신부님의 글입니다. 이 글은 신부님께서 10여 명의 병사들의 세례식을 마치고 찍은 촌스런(?)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세례식.

단 4주간의 집중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습니다.

하느님이 누구신지도,

성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성호경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세례를 받은 것이 기쁜 것인지, 선물이 맘에 들었는지….

하지만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들을 불러 주셨고, 앞으로도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이 글을 듣는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군종 신부로서 저는 목이 메고 가슴이 저몄습니다(군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진 속 신부님은 점잖게 웃고 계시고, 훈련병으로 보이는 세례받은 병사들은 각각의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맑게 웃고 있는 신부님의 모습에 더 목 메입니다(더 가슴이 아픕니다).

 

신부님의 글에 표현되어 있듯이 병사들은 성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심하게는 성호경도 제대로 긋지 못하기도 합니다. 교리를 하다보면 피곤하여 졸기 바쁜 병사들이죠. 이런 병사들에게 세례를 주면서 그 신부님께서 얼마나 갈등을 하셨을까요? 또 스스로 얼마나 자책을 하셨을까요? 세례를 준비하면서도 얼마나 답답하고 어려운 마음이었을까요? 그래도 무언가 알려주고 그들을 보듬어 주려는 것이 신부님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서 병사들이 받으면 좋아할 만한 선물이 무얼까 또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곧 자대로 이동하게 될 그들에게 세례를 주면서 기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은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써 놓으셨습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들을 불러주셨고, 이들을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그러고는 각자의 부대로 떠나보냅니다. 그들이 건강하기를, 또 그들이 세례받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충분히 교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세례를 받아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우선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 머물게 하고, 이후에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군종교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모습은 실제로 군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병사들을 세례시키는 교리교육과 일련의 준비뿐만 아니라, 위문하는 일, 그리고 아주 작은 본당이지만 본당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다 보면 인적·물적인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어려운 방정식을 풀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많은 군종교구의 본당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본당 교우라고 부를 수 있는 군 가족들이 한두 가족밖에 없는 휴전선 근처의 육군 사단 성당들이나, 해군·공군의 작은 본당들의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나 다른 여건들 때문에 소위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죠. 이러한 곳에서는 군종 신부님 혼자서 본당신부님, 사무장님, 관리장님에 어떤 때는 주일학교 교사의 역할까지 모두 도맡아 해야합니다. 그나마 주일학교가 있는 곳은 다행한 일이죠. 한 사람의 손길과 도움이 아쉽다고 여겨지는 곳이 바로 군(軍) 사목의 현장입니다.


앞에 언급했던 신부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느껴진 군종 사목의 안까타운 현실을 여러분과 나누었습니다. 군인들과 군(軍) 가족들, 특히 군종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 주변에 군(軍) 부대나 군인들이 있다면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의 시간과 정성을 나누어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 코린 5,14).

 

아울러, 여러분과의 소중한 만남의 자리에서 새삼스레 다짐을 해봅니다. 어려운 현실이라고 해서 손을 놓고 한탄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장병들과 군종 가족 모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또 여러분의 소중한 도움과 마음을 부대의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전하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록 저희의 힘은 미약하지만, 앞서 소개한 신부님과 같은 마음으로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믿으며 저의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허락하여 주신 본당신부님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본당 공동체와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놓고 엄마 얼굴 보고나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보고도 싶고요, 울고 싶고요, 그리운 내 어머니♪


모두들 기억하실 겁니다.

예전 한창 유명했던 연예인 위문공연 프로그램에서 대한의 건아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었던 노래를. 찾아오시는 어머니는 한 분인데 많은 장병들은 마치 자기 어머니인 것처럼 함께 얼싸안고 웁니다. 그 순간만은 나라를 지키는 씩씩한 군인이 아니라 어머니 품에 안긴 귀여운 아기가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짧던 길던 많은 분들이 군대를 다녀오셔서 잘 아실 것입니다. 요즘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자신의 모든 것을 잠시 접어둔 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고생해야 하는 그곳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곳인지...

 

그러하기에 그만큼 그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지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구들과 나누는 편지와 전화입니다. 그래서 매 주일 미사 때면 성당 마당에 설치된 전화기에 길게 줄을 서 한 주 동안 목말랐던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채우곤 합니다. 특히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는 5주 동안 낯선 환경에 처음 접하게 되는 우리 장병들 대부분이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이 참으로 많이 그리운 시기입니다. 그래서 요사이 많은 군종 사제들이 인터넷 성당 클럽/카페를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과 장병들의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군생활이기에 육체적, 정신적 안식처와 양식이 필요합니다.

쉴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고, 힘을 받을 수 있는 ‘만나’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그래서 많은 장병들이 종교를 찾고 의지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세상표 만나’가 참으로 위로와 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도 ‘세상표 만나’보다는 역시 ‘주님표 만나’가 더 위로와 힘을 줍니다.

 

지난 부활 즈음 신병교육대 미사를 갔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그 즈음 3개 중대에 교육생들이 모두 입소해 있었기 때문에 매주 평균 130여 명의 훈련병들이 빽빽이 신교대 성당을 채워왔었는데, 그날따라 신교대 성당이 한산했습니다. 30여 명 남짓 조촐하게 성가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건너편 교회를 바라보았습니다. ‘번쩍 번쩍, 쿵짝 쿵짝...’ 모 여자 연예인을 대표로 모 교회 찬양팀들이 특식을 준비해서 위문공연을 왔던 것입니다.

 

순간 성모회 자매들과 함께 준비한 냉커피와 초코파이가 너무 초라해 보였고, 그 허탈감을 훈련병들에게 풀어버렸습니다. “너희들은 왜 교회 안 갔냐?” 그런데 볼멘 신부의 말에 한 훈련병 왈, “저희는 여자나 간식 때문에 신앙생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반갑고, 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다음 주 미사 시간, 다시금 돌아온 탕자(?)들에게 “교회에 가서 재미있었니, 간식은 맛있었니?” 하니, 한 녀석은 먹던 커피와 쵸코파이를 들고 얼굴이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참 모자란 군종 신부의 가슴이 또 찡해졌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훈련을 잘 받고 몸 튼튼 마음 튼튼만 해라. 신부님이 더 맛있는 강론과 간식 마련해 올께.”


장병들에게 주님의 평화와 위로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나’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어느 이등병 친구의 편지입니다.


“저는 그리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주님을 찬미하지도 못하는,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벅차고 부족한 이등병입니다. 성경을 곁에 두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님이 만드신 세상을 노래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가슴 벅찬 감동을 두 손 가득 모아 바치려 합니다.


이런 제 기도도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요?

저는 마리아의 마음과 마르타의 손을 닮았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행군하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던 고통에 흐느끼고 눈에 덮여 얼어붙은 길을 닦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때의 환희를 떠올립니다.


적막이 달빛마저 삼켜버린 늦은 밤,

흙먼지 묻은 전투복의 거칠고 투박한 마음이지만 오늘도 이렇게 주님을 찾습니다.

아멘.”                                                     <어느 이등병의 편지>


이렇게 영적인 ‘만나’를 찾아 참 기쁨과 평화를 누리게 되는 장병들을 보게 되는 것이 군종 신부의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외롭고 힘든 군생활, 그 안에서 가족과 벗들. 그리고 주님의 소중함과 사랑을 뼈저리게 가슴 깊이 체험하는 이들은 바로 우리 모두의 아들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도 가족과 친구들 생각과 그들이 보내 준 따뜻한 편지와 전화에 힘든 것을 잊고 열심히 나라를 지키기기에 여념이 없는, 그리고 매 주일 초코파이 하나와 음료수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은 바로 우리 모두의 아들입니다.


올해는 건군 60주년을 맞는 해이며, 오늘은 41번째 맞는 군인주일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하여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思慮)와 판단(判斷)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 ‘마음과 이치가 일치되어 외부의 소리가 귀에 들어와도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고 하였고,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하여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 흔들리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군은 ‘이순(耳順)’에 걸맞는 수준으로, 강하면서도 사랑과 정이 넘치는 또 하나의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을 몸소 실천할 장병들이 힘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가족들과 친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또한 교회가 1968년부터 군 사목에 종사하고 있는 군종 사제와 군인 성당, 국군 장병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돕고자 해마다 시월의 첫 주일을 ‘군인 주일’로 지낸 온 지도 어언 40년이 지나 ‘불혹’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창 경제적 어려움으로 온 나라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때문에 모두가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온갖 어려움도 우리들의 내 가족, 내 친구들인 장병들에 대한 사랑과 정을 흔들리거나 포기하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전국 각 본당에서 봉헌될 「군인을 위한 기도」, 「군인주일 특별헌금」, 「군종후원회 가입」은 오늘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영적, 물적 도조로서, 군의 복음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기도와 사랑과 정성은 고스란히 우리 장병들에게 전해져 목청이 터져라 성가도 부르고, 눈물을 흘리며 영성체를 하는 그들에게 최고의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제41회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끊임없는 따뜻한 애정과 격려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전후방 각지에서 사목하시는 군종 사제들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마태 21, 42)


아멘. 

 




찬미 예수님.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000도 00에 있는 00(사단, 함대, 비행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000(0000) 신부입니다.

 

사제가 되고 나서 강론대에서 떨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왜 이리 떨릴까요.

 

촌놈이 상경해서 그러가요? 이시간 여러분들 앞에서 하느님을 전하는 일 그리고 군사목을 하면서 느끼는 많은 것들을 잘 전할 수 있게 함께 기도로 응원해주세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기억하게 되는 날들이 있습니다. 어떤 날들이 있습니까? 생일, 축일 등등. 제게도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기억하고 싶은 날은 00년 00월 00일입니다. 제 사제 서품일입니다. 주교님과 함께한 대품피정을 마치고 서품식이 있게 될 체육관에서 전례 연습을 할 때까지도 별다를 것이 없이 덤덤했는데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자리에 들었을 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누워 있던 동창 신부에게 물었습니다. “자냐?” 그 친구도 잠이 안오나 봅니다. 그래서 둘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시작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입니다. 지금자면 못일어나겠다 싶어서 같이 사우나 갔다가 와서 아침 먹고 서품식장에 갔습니다. 그래도 안피곤하데요. 그만큼 기다려지고 설레였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두 번째로 기억하고 싶은 날은 날짜가 두 개입니다. 19(00)년 00월 00일과 20(00)년 00월 00일입니다. 이날들이 무슨 날인지 혹시 짐작가시는 분 계십니까? 이날들은 다름 아닌 제가 군입대한 날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가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저희 군종 신부들은 두 개를 가지고 있지요.

 

이날들도 전날 동창들과 지냈습니다. 자냐? 아니 잠이 안와 처음도 아닌데 또 그럴까? 그런데 첫 번째 제가 기억하는 날과 두 번째 기억하는 날은 잠이 안온 이유가 다릅니다. 이 짓을 또 해야 되나? 하는 마음에서였지요. 하지만 군종 신부로 사는 지금 처음의 그 마음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국군 장병 아저씨께’. 십년 전 과자 봉지와 함께 내무실에 들어온 박스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쓰여진 이런 내용의 편지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아저씨들이 지켜주셔서 저희는 편안히 지내고 있어요.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편지를 받으며 병사로 생활하던 시절 제게는 또 하나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당에 가는 일이었습니다.

 

내무 생활을 하면서 나이 어린 선임들에게 받았던 스트레스 속에서도 무사히 병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한 주간의 모든 것을 하느님 앞에서 풀어 던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때 성당에서 만났던 많은 신학생들과 신자 병사들과의 관계는 사제가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그 또한 군이 제게 준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군생활은 이렇게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가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물론 신부님들 중에는 저와 같이 늦은 나이에 군생활을 한 분들이 적지 않지만요) 군복무를 마치고 예비군 훈련 8년을 마친 어느 날 교구 사무처장 신부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교님께서 찾으신다고. 주교님께서 나를 찾으실 이유가 없을텐데... 내가 뭐 잘못했나? 뭐 이런저런 생각들에 휩싸여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약속된 날 교구청으로 주교님을 뵈러 갔습니다. (  )신부 요즘 건강하게 잘 지내지? 뭐 이런 저런 안부를 물으시던 주교님! 본론은 다름아닌 “군대 안갈래?” 남자들은 군에 다녀와서 가끔 악몽을 꿉니다.

 

군소집 영장을 다시 받는 꿈이지요. 그런데 그날 주교님께 “군대 안갈래?”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싫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 군 성당에 나가면서 이겨수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기쁘게는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예, 주교님. 사제로 교회가 원한다면 가겠습니다” 대답하고 “인사발령 때까진 비밀이야”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뒤돌아 나오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제2의 군생활. 사제이기에 시작된 새로운 삶은 이제 또 어떻게 이끌어주실까 기대됩니다. 첫 번째 군생활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군생활 역시 참으로 많은 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사람입니다. 전국의 많은 교구에서 파견되신 많은 신부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군인신자들과 병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군종 사제인 제게 주신 선물이죠.

 

두 번째는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더 깊이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군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주일 성당을 찾는 일로 해소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누군가를 위해 하느님 안에서 안식의 시간 쉼의 시간을 갖도록 준비하고 초코파이 하나와 때로는 시원한 때로는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들고 더위와 추위와 씨름하고 있는 병사들을 찾아나서는 길이 바로 주님께서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임을 거듭 깨달을 수 있음에 사제로서의 본 모습을 더 깊이 느끼고 깨닫는 시간임을 생각해봅니다.


병사들의 생활 여건이나 근무 여건은 이미 군생활을 마친 모든 예비역 군인들의 군생활 시절보다 사실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여건이나 근무 상황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의지할 곳 없고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 없음에서 오는 외로움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군종 사제들이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전국의 모든 군 성당은 비워두고 이렇게 나온 이유는 그 외로움을 느끼는 병사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총알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이룰 수 없는 20대 남자 청년들의 하느님 찾기가 군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성당에 오면서 느끼는 포근함과 위로의 시간들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비록 초코파이 한 개, 커피 한 잔, 때론 밥 한 그릇이지만 그 모든 것이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모이신 성교회의 일임을 새삼 깨닫고 힘이 납니다. 신자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관심가져 주시고 군종 신부들이 열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총알(초코파이 한 상자)을 함께 해주시면 사제들은 교회의 사람으로 하느님을 전하는 데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만나뵐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고 00본당 모든 신자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군종 신부 전체는 기억하고 기도할 것입니다. 늘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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