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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프란치스코 축일-유쾌한 가난
작성자한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4 조회수640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8.10.4
 
 
                             ***********   오늘의 묵상   ************
 
 
어렸을 때 가난에 대한 저의 체험과 그 기억은 어두운 것이었습니다.
그 때 모든 사람이 다 가난하였지만
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었습니다.
학비를 제 때에 낸 적이 없어 학비 낼 때마다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도화지와 물감 살 돈이 없어
미술 시간만 되면 손바닥 맞고서 때웠습니다.
그 때 미술 선생님은 여 선생님이었는데
여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던 저였기에
그 쓰라림은 더 컸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처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서, 대충 그렸는데도
선생님께서 제 그림을 앞에 내어 놓고,
이러저러해서 잘 그린 그림이라 칭찬을 해 주셨지만
저는 무엇이 잘 그린 것인지, 그래도 몰랐습니다.
하여튼 저는 아주 억울했고 가난에 대해서 분노했습니다.
돈만 있었으면 그림을 멋지게 그려서
여선생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억울했고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위로와 격려는커녕 오히려 매까지 대시는 선생님과
가난에 대해서 분노가 일었습니다.

이렇게 가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프란치스코를 만나면서 바뀌었습니다.
프란치스코를 만나기 전에는 가난과 싸웠는데
프란치스코를 만나고 난 다음부터는
가난을 사랑하고 열망하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를 만나기 전에는 그저 가난과만 마주하였는데
프란치스코를 만난 다음에는 하느님 안에서 가난을 보았고
가난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가난,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단순함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고요함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평화로움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정결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즐거움, 기쁨, 만족이었습니다.
가난,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사랑이 되었습니다.

하느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가난이었고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가난이었습니다.
사랑 밖에 아무 것도 없으니 가난이 곧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랑 밖에 아무 것도 없으니 사랑하는 참 나와 사랑 받는 참 너 밖에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가난이었습니다.
너와 나 사이에 사랑 아닌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은 구질구질합니다.
사랑을 더럽히고, 너와 나를 더럽히고, 결국 관계를 더럽힙니다.
돈이 들어가면 너와 나를 장사꾼으로 만듭니다.
일이 개입되면 너와 나를 일꾼으로 만듭니다.
권력이 개입되면 너와 나를 정치적 야합가로 만듭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처럼 진정 하느님의 영 안에서 가난하면
이런 구질구질하고 걸치적거리는 것이 없기에
오롯이 하느님 앞에 서고
맨살로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들인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낮추어
아니 계급장 다 떼고
허리춤 다 풀고
허허롭게 만납니다.
사랑만이 넘실댑니다.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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