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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늬만 신앙인 노릇을 하였다면/신앙의 해[35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8 조회수470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수원 교구 미리내 성지 내 성당

루카 복음에서 제가 가장 염려했던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8)’이다. 이해가 될듯하면서도 혼란스럽고, 혼돈스럽다가도 갑자기 이해가 되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본다. 어떤 부자의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 부자는 집사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이상한 소문이 들리는데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생각했다. ‘쫓겨날 판이니 땅은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하다. 밀려나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빚진 이들을 불러 장부를 조작해가면서 감해 주었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그 부자는 집사에게 말하였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사실 약은 집사는 쫓겨날 위기이다. 자신이 이렇게 위태롭게 되자, 그는 미래를 위해 그 부자의 재물을 빼돌려서라도 빗진 이들의 마음을 사고자 했다. 그래서 빗진 이들을 불러서 장부 조작 등의 불의를 하면서까지 빚을 덜어 주었다. 설사 쫓겨나도 인심을 사면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으리라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서. 주인은 이런 약은 집사를 칭찬한다. 비록 잔꾀를 부리지만 그들을 배려하는 게 낫다는 뜻이리라.

엄밀히 보면 우리도 하느님의 집사이다. 그분께서 당신 것들을 맡겨 주신 거다. 그러니 그분 것인 가정, 공동체, 사회, 자연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소홀히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도 집사처럼 당연 쫓겨날 게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그 약은 집사마냥 빚진 이들의 빚을 조금씩이라도 덜어 주어야 한다. 사실 모든 세상 것들은 하느님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의 관리인일 따름이니까. 우리도 자신의 것으로 이렇게 자선을 베풀면 그분께 의당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니 우리도 다른 이들의 빚을 과감히 덜어 줄줄 알아야만 한다. 그럴 때에 하느님께 인정받아 집사 자리라도 계속 유지할 게다. 우리가 얼마나 부족하고 많은 죄를 지으면서 사는지를, 하느님은 아시면서도 기꺼이 우리에게 집사 자리를 맡기신다. 그러기에 늘 그분께 감사드리며 우리 또한 다른 이들에게 관대하여야만 하리라.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쫓겨나기 직전인 저 집사처럼 자기 앞을 가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 잘못을 회개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미리 준비해야 할 게다. 준비는 자신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하느님 말씀을 실행하지 못하고 무늬만 신앙인 노릇을 하였다면, 이제부터라도 삶을 바꾸어 그분 마음에 드는 이가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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