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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제 인생" - 10.1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2 조회수573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0.12 연중 제28주일                                    
이사25,6-10ㄱ 필리4,12-14.19-20 마태22,1-14

                                                              
 
 
 
"축제 인생"
 


오늘 복음 중 혼인잔치 예복을 입지 않아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에 연상되어 떠오르는,
안타깝고도 좀 슬픈 저에 관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약 20년 전 제가 서품 받기 1년 전
시골에서 홀로 사시던 어머님의 영세 식 때 일입니다.
 
미사에 이은 성대한 영세 식이었고
어머님도 할머니 나이지만 아주 곱게 차려 입으신 반면,
저의 옷차림은 너무 간소했습니다.
 
삭발한 머리에 허름한 남방에 바지, 그리고 흰 고무신이었습니다.
 
영세 식 후 저와 단 둘이 있는 시간에
어머님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시며 한 말씀 하셨습니다.

“구두라도 신고오지....”

그래도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에 사제수품을 앞둔 자식이라
의젓한 차림으로 자랑스럽게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어머님의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에 말씨였습니다.
 
당장은 몰랐는데 지날수록 선명히 떠오르는 말씀입니다.
저만 생각했지 성대한 영세 식의 분위기나
어머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던 참 짧았던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후 공식 석상에는 반드시 정장을 하고 갑니다.

주님 마련해 주신 제일 성대한 잔치가
매 주일 마다의 거룩한 미사입니다.
미사잔치 예복은 잘 차려입으셨는지요.
 
잔치 주인인 주님께 대한 배려이자 형제자매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과 정성은 밖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비싸고 화려한 복장이 아니라,
수수하면서도 깨끗한,
가장 좋은 복장으로
주님의 생명과 사랑, 찬미와 감사의 미사잔치에 참여하자는 것입니다.


삶은 축제입니다.

모두 축제인생을 살라고 초대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축제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삶은 고해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우리 모두 삶의 축제에 초대 받은 손님들입니다.
 
삶은 축제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표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소중한 미사전례입니다.

공동체 없이 살 수 없듯이,
축제의 잔치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입니다.

공동체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축제요,
축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공동체입니다.

축제가 사라져 감으로
공동체가 붕괴되어 가는 것이 오늘날의 비극입니다.
 
축제가 없으면 심심함을 견디지 못해
육체적인 쾌락 쪽이 아니면
서로 싸우는 전쟁 쪽으로 풀 수뿐이 없습니다.
 
예로부터 모든 축제들은 하늘을 향한 제사의 성격을 띠었고  
현세에서 화해와 영원의 초월을 체험토록 했습니다.

이 축제가 사라지고 변질 되어 남는 것이,
독재 권력이 선호하는 3s 정책이라는
스포츠(sport)의 경기,
스크린(screen)의 영화,
성(sex)의 유흥장입니다.
 
축제의 잔치를 찾지 못하면
뭔가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초월을 대신할 것을 찾기 마련이요
이의 대안이 바로 3s입니다.

요즘 축제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특히 10월은 축제가 가장 많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수도원 주변의 자연을 아름답게 꾸며 주셔서
본격적인 가을 축제를 열어 주셨고
또 오늘 주님은 참 좋은 미사축제의 주인이 되셔서
우리를 당신의 축제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이런저런 우리들 하나도 차별하지 않고,
잔치의 문 활짝 열어놓고 우리 모두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미사잔치 예복을 입으셨습니까?

조촐하고 깨끗한 외적 복장이라면 더욱 좋고
이보다 더 중요하고 좋은 복장이
마음의 복장인 믿음, 희망, 사랑의 옷, 그리스도의 옷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입었습니까?
믿음의 삶을, 희망의 삶을, 사랑의 삶을 사셨는가 묻습니다.

기쁨과 평화, 행복의 삶을 사셨습니까?
 
마음을 다 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했습니까?
 
찬미와 감사, 겸손의 삶을 사셨습니까?
 
기도와 선행에 충실하셨습니까?
 
바로 산상수훈 말씀의 실천이 가장 좋은 미사잔치 예복입니다.

이런 예복을 미사 때는 물론이요 모든 삶의 축제에도 입어야 합니다.
이래야 바오로의 고백처럼
어떤 처지에서도 잘 적응하며 감사하며 기쁘게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참 자유롭고도 부유한 사람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축제의 예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그 누구, 그 무엇도 이렇게 사는 이들을 다치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힘이 되어 주시고 배경이 되어 주시는 분인데
감히 누가 무엇이 이런 분을 손 댈 수 있겠습니까?

과연 여러분은 이런 예복을 입으셨습니까?

단번에 이런 예복이 아니라
꾸준히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해 갈 때 마련되는 예복입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항구하게 하느님을 찾아 노력하고 분발하라는 충격요법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모두를 선택하고 구원하시길 원하십니다.
 
삶의 축제에 부르심 받았다 하여 안주하지 않고,
또 삶의 축제가 실망스럽다 하더라도 자포자기 않고
끝까지 하느님을 찾는 데 항구한 사람들은
모두 선택이요 구원이라는 말씀입니다.


이사야의 비전이 크나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말 그대로 삶의 축제에 걸맞은 예복을 입고 살아 온 이들을 위한
유토피아 공동체입니다.
 
이런 유토피아 공동체, 우리를 부단히 자극하고 분발케 합니다.
들을 때 마다 새롭고 힘이 납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그 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시리라.  
  주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

바로 이 종말론적인 구원의 잔치,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실현되고 있지 않습니까?
 
앞당겨 이 천상잔치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 참 행복합니다.
 
그러니 세상에 이 미사전례보다 더 좋은 축제의 잔치 있을 수 없습니다.

잘 보십시오,
그대로 이사야의 말씀, 미사의 은혜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말씀과 성체의 음식과 성혈의 술로
미사잔치를 베풀어 주시는 참 좋은 주님이시오,
우리에게 씌워 진 환상의 너울과
구속하는 모든 덮개를 없애주시는 주님이시오,
죽음을 영원히 없애시고
우리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는 미사 잔치의 주님이십니다.


삶은 고해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가 삶이 축제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미사의 은총이 온 삶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삶은 축제가 됩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대로
우리 이 거룩한 미사잔치 중에 소리 높여 말합시다.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주님의 손이 이 성전 안에 머무르신다.”

우리의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미사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아버지께 영원무궁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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