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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중심적 기도와 하느님-판관기69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6 조회수452 추천수3 반대(0) 신고

자기중심적 기도와 하느님-판관기69
 
 <생명의 말씀>

삼손은 몹시 목이 탔다. 그래서 야훼께 부르짖었다. "당신은 이 소인의 손으로 큰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목이 타 죽게 되었습니다. 저 할례받지 못한 오랑캐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곳 레히의 우묵하게 꺼진 데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셨다. 삼손은 그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 그 샘이 오늘까지도 레히에 있는데, 그 샘을 엔학코레라고 부르게 된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삼손은 불레셋 시대에 이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있었다. (판관기 15:18-20)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지금까지 기록된 삼손의 삶에서 처음으로 삼손이 기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 이상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드러냅니다. 기도의 첫 마디가 '당신은 이 소인의 손으로 큰 승리를 거두셨습니다.'입니다. 그러고는 곧장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청합니다. 기록된 내용의 정황을 볼 때 삼손의 마음과 그 청하는 태도는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목이 마르니까 물을 주십시오. 물 안 주시면 할례도 받지 않은 오랑캐 같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당신의 큰 일을 한 제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물을 빨리 내 놓으십시오. 내가 큰 일을 했으니까 하느님인 당신이 나에게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하느님께서 왜 자기에게 그렇게 해 주셔야만 하는지 이유를 덧붙이는데 그 이유가 가관입니다. 삼손 자신이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은 이방민족과의 결혼을 스스로 했고 또 그 동네를 자기집 드나들며 자기 소명과 사명을 저버리고 살았던  삼손이면서 자기가 목마를 때는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어서 하느님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욕망을 제1순위로 추구하는 사람의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아를 버리고 비우지 못했기에 끊임없이 자기욕망만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삼손인 것입니다.

 삼손의 기도를 보면 삼손은 하느님을 내 힘만으로 내 욕구와 욕망을 채우기 어려울 때 언제든 가서 그 욕망을 채우게 해 달라고 떼쓰는 대상으로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우리도 대체로 삼손과 같은 기도를 바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의 능력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우리의 욕구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기도하다가 스스로 지쳐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본령은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그것을 사도직 안에서 실천하기 위함에 있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삼손이 이처럼 망나니처럼 살고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삼손의 기도에 응답해 주십니다. 삼손이 기도했던 그 자리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셔서 목을 축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삼손의 행동과 태도를 보시고 기뻐하시고 흡족해 하시면서 응답해 주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기 욕망에 철저하게 사로잡힌 자가 당당하게 주장하는 자기 중심적 기도는 판관기를 읽는 우리의 마음을 영 불편하게 하는데 그 기도가 하느님 마음을 기쁘게 했을 리 없을 것 같습니다. 

 큰 능력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아예 의식조차 하지 않고 욕망대로 움직이는 한 사람을 지켜 보셔야만 하는 하느님 마음의 일부를 우리가 느껴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겸손하게 청하는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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