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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5일 야곱의 우물- 마태 21, 33-43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5 조회수444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비유를 들어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버렸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마태 21,33-­43)
 
 
 
 
‘두 아들의 비유’에 이어 계속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하여 비유를 들고 계십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십니다. 포도밭이라는 비옥한 땅에서 벌어지는 주인과 소작인 사이의 불화를 예로 드십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극입니다, 그것도 양쪽이 다 다치는 처참한 비극.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33절). 이사 5장의 ‘포도밭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이사 5,1-­2) 주인은 포도 농사 준비를 끝내고 소작인들을 불러 포도밭을 맡긴 채 떠납니다. 포도밭은 하느님 백성이고 밭 임자는 하느님이며 소작인들은 백성의 지도자들을 가리킵니다.
 
수확철이 되어 주인은 수확한 포도 열매를 받으러 종들을 보냅니다.(34절)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35절) 밭 임자의 땅에서 난 소출은 밭 임자의 것입니다. 주인은 소출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작인들이 주인에 맞서 모반을 꾀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파견한 종들은 예언자들을 가리킵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얼마나 예언자들을 홀대하였는지를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36절) 하느님은 은총으로 당신의 포도를 열매 맺는 특권을 이스라엘에게 주셨으나,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열매를 빼앗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후 느헤미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역하고 반역하였으며 당신의 율법을 등 뒤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당신께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당신의 예언자들을 죽여 큰 불경을 저질렀습니다.”(느헤 9,26)
여기서 ‘소출’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바라시는 행동, 회개하는 구체적 표시와 선한 마음을 드러내는 선행을 상징합니다. 하느님이 찾으시는 열매는 그분의 뜻에 따라 사는 신실한 백성입니다.
 
주인은 급기야 아들을 보냅니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37절) 그 아들 역시 포도밭 밖으로 쫓겨나고 살해당합니다.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38절) 하느님의 상속자인 예수님도 같은 처지가 되셨습니다. 성문 밖에서 십자가형을 당하셨습니다(히브 13,`12 참조). 결정적인 범죄 행위입니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40절) 지도자들의 답변은 자신들을 단죄하는 답변입니다.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41절) 포도밭 주인은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른 이들에게 일을 맡깁니다. 70년에 있은 예루살렘 성전 붕괴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그 이후 성전은 다른 이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같은 말씀입니다.
42절에서 시편 118,22-­23을 인용합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리스도는 집 짓는 사람들, 곧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에게 거부되실 것이나 새 건축물의 머릿돌이 되실 분이십니다. 예수님의 운명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예수님에게서 새로운 백성이 태어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43절) 다른 복음에는 없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실패하면 하느님 나라에 대한 몫은 다른 나라에 돌아갑니다. 이 다른 나라는 교회 또는 새로운 이스라엘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이 새로운 집단 역시 이스라엘 백성처럼 하느님께 돌려드릴 열매에 따라 심판받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당신의 선민으로 삼으시고 지도자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여러 차례 예언자들을 파견하셨지만 지도자들은 예언자들을 배척하고 박해했습니다. 아들 예수님마저 아예 죽여버렸습니다. 이 비유는 이스라엘의 과거와 예수님의 미래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정작 당사자들을 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 비유가 자신들을 겨냥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으나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악의를 품었습니다. 그나마 군중이 두려워 머뭇거렸습니다.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도 불의를 인정한 셈입니다. 의인들이라면 거리낄 것이 없었을 겁니다. 그들은 보아도 보지 못하는(13,13) 이들입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점점 더 하느님과 단절되어 갑니다.

 
종말에 하느님은 행하는 분이시고 모든 것의 최종 결정자이십니다. 하느님이 맡기신 일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착각해서도,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분 말씀을 왜곡해서도 안 됩니다.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두 아들은 아버지의 포도밭에서 일해야 했으며, 포도밭 소작인들은 주인에게 정해진 소출을 바치는 것이 의무였습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올바른 행동과 참된 정의를 행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입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가르치십니다. 우리는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의 결과에서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맡기신 일에 충실할 때 미래를 얻을 수 있고 삶의 목표에 이를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결정적 파산이 뒤따를 것입니다.
 
다음 장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경고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게 놓아두지 않는다.”(23,13)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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