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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08 조회수466 추천수8 반대(0) 신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꿈쟁이' 였습니다.
잠자는 동안 꿈을 참 많이 꿨는데,
꿈만 꾸면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등장하셨습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성모님께서 나와 주셨고,
조금더 자랐을 때에는,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마지막 거친 숨소리를 들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성체를 두손에 받아모시기도 했습니다.
하늘에 발현하신 예수님을 바라보기도 하였고,
그 천둥같은 목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떨며 잠에서 깨기도 하였습니다.

십수년전에 꾸었던 꿈도, 바로 어젯밤 꿈처럼 생생하니,
저에게는 참으로 신비스러운일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꿈얘기로 바쁜 제게,
가족들은 듣다 듣다 '개꿈이야!' 라며 핀잔을 주었지만,
저는 제 의지대로 할수만 있다면,
매일밤 잠들기전 하느님과 성모님을 꿈속으로 초대하고 싶었을 만큼,
꿈속에서 내 하느님과의 만남을 세상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던것 같습니다.

꿈에서 유난히도 많이 등장해 주셨던 분은 '성모님' 이십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성모신심이 깊은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가 배우기로는 성모님께서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해 주신다 하는데,
구지 순서를 따지자면, 저는 성모님보다 예수님을 먼저 만난 케이스 입니다.

내안에 살아 숨쉬는 나의 하느님을 먼저 만나고 나니,
성모님을 생각하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주 교만스럽게도, '성모님을 찾을 시간이 아깝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기도할 시간이 십분이라도 더 있다면,
그 시간은 나의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되어야 마땅하며,
나에게 성모님은 하느님께 바치는 묵주기도 시간을 함께 하며,
도와주시는 '도우미'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나의 하느님보다 성모님이 더 커져버리실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제 마음 깊숙한 곳에 항상 자리잡아 있었습니다.

'나의 하느님을 서운하게 해드릴수는 없어...
 나의 하느님을 뒷전으로 내몰게 되면 어떻게해...'


그런 못된 딸인 저를 어머니께서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불러주셨습니다.

사무엘을 낳기 전까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었는데,
그 일이 하루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온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자세가 바르지 못하였던 탓에 한번씩 목과 등이 심하게 뻐근했었는데,
한번은 그게 너무 심해져서 고개만 살짝 돌리려 해도 통증이 깊어졌습니다.
하루는 잠을 자려는데 너무 아파 눈물이 날지경 이었습니다.
깊은 밤 누워 앓고 있는데, 어찌나 마음이 서글퍼지던지요...

그날밤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딸아, 엎드려 보거라...'
짧은 말씀이었지만, 듣는 순간 그분이 성모님 이시라는 것을 저는 확신할수 있었습니다.
말씀을 듣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엎드렸는데,
목뒤에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어긋난 뼈가 맞추어 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정확히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그 소리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듯,
허리 아래까지 '두두둑...' 이어지며 한순간에 내려 왔습니다.
그순간 저의 몸은 거짓말처럼 멀쩡해졌습니다. +아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기적적인 체험을 하고 나서도,
어머니를 +성부, 성자, 성령 그다음 '4인자' 자리로 애써 내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외면을 해왔는지 모릅니다.
사실 4인자의 자리가 성모님 자리는 맞지만,
구지 치사하게도 순번을 매겨 정할필요까지는 없었는데도,
저는 늘 그런 틀에 매여 있었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성모님의 부르심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미룰수 없다!' 라는 결심 속에,
깊은 성모신심 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모님을 내 어머니로 모셔야 할때가 왔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라는 비장한 각오를 알리며,
이제는 어머니를 알고 싶다 청했습니다.

그후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듯,
나의 어머니는 당신을 아주 조금씩 저에게 열어 보여주시며,
당신 아드님의 물길따라 흘러 주셨습니다.

어느날 환시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꽃밭이 보였습니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각양각색 꽃들로 빼곡히 채워진 꽃밭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청명하고 따스한게 꼭 화창한 봄날씨 같았고,
색은 푸르고, 붉고, 노랗고...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졌고,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게 꽃으로 가득 채워진 드넓은 곳이었습니다.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여인이 서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분은 성모님 이셨습니다.
어린 아이 모습의 저를 조심스럽게 안고 계셨는데,
저를 바라보시는 그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입가에 미소, 사랑스런 표정, 따스한 눈빛...

그리고 어딘가에서 예수님이 천천히 걸어 오셨습니다.
우리쪽으로 오고 계셨는데,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서 계셨고,
예수님의 두눈은 어린 저를 향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쪽으로 다다르시자,
성모님은 안고 계시던 어린 저를 바로 예수님품으로 안겨 드렸습니다.
그리곤 예수님 품안에서 잠이든 저를 바라보시며,
두분은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아멘

어린 저를 품안에 안고 계셨던 성모님의 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기...'
성모님은 그렇게 저를 안고 영원히라도 서계실수 있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아드님이 오시자,
그분의 품안으로 저를 기꺼이 건네어 주시는 그 마음을 느끼자,
그동안 내가 나의 어머니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그분의 마음에 얼마나 큰 슬픔을 드리고 있었는지...
제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왔습니다.

성모님은 항상 바닥에 앉아 계십니다.
어린 저를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아계신 예수님 바로 밑에 앉아 계십니다.
그곳은 곧 '바닥' 입니다.
가장 낮은 자리, 가장 보잘것 없는 자리...
어쩌면 나보다 더 낮은 자리...

그곳에 앉아 두분은 날마다 저를 놓고 이야기 나누십니다.
그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저는 두분의 사랑속에 날마다 깊은 잠에 듭니다. +아멘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를 놓고 '마리아교' 라고 비난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성모님을 너무 우상화 시키고 있는것이 사실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이 바라시는 것은 결코 그분 스스로 높아지심이 아니시라,
가장 낮은 자리,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 낮은 자리...
그곳에서 조용히 우리를 쓰다듬으며 품에 안고 싶으신것은 아니실까요.
어린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예수님 품안으로 저를 안겨 드리며,
당신이 안고 계심보다 더 흡족해 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저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아멘

예수님을 먼저 만났기에 어머니를 받아들이기 더 쉽지 않았던 제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나의 아들 예수께서 나에게 너를 맡기셨다.
 그분은 내가 너와 함께 하기를 바라시고,
 네가 나를 얻기 바라고 계신다."

그때, 저와 성모님의 한발치 뒤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무척 설레이고 흥분되 보이셨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어머니께 소개시키는 순수한 청년같았습니다.

골룸바의 성모님과 골룸바는,
그렇게 예수님의 중매로 만나게 되었답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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