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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명과 욕망-판관기63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8 조회수454 추천수3 반대(0) 신고

소명과 욕망-판관기63
 
 <생명의 말씀>

  삼손은 딤나로 내려 갔다가 거기에서 불레셋 처녀 하나를 보고 부모에게로 돌아 와서 청을 드렸다. "제가 딤나에 갔다가 불레셋 처녀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처녀한테 장가들고 싶은데 얻어 주십시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러지 못한다고 하였다. "네 일족이나 네 겨레 가운데는 여자가 없어서 할례도 받지 않은 불레셋 색시를 얻으려느냐?" 삼손은 아버지를 졸랐다. "그 여자가 좋은 걸 어떻게 합니까? 그 색시를 얻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이 일이 모두 야훼께서 하시는 일인 줄 몰랐다. 그 때는 불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때였기에 야훼께서 불레셋 사람들을 칠 구실을 마련하시려는 것이었다. 삼손이 딤나로 내려 가서 딤나에 있는 한 포도원에 다다랐을 때의 일이다. 난데없이 어린 사자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 때 야훼의 영이 갑자기 내리덮쳐 삼손은 양새끼 찢듯 맨손으로 그 사자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이 일을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여인에게로 내려 가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그 여인에게 빠져 있었다. 얼마 후 삼손은 그 여자를 아내로 맞으러 가다가, 가던 길을 벗어나 죽은 사자가 있는 데로 가서 그 죽은 사자 몸에 벌이 꿀을 쳐 놓은 것을 보았다. 그는 손으로 꿀을 좀 따가지고 길을 가면서 먹었다. 돌아 오는 길에는 얼마 따다가 부모에게도 대접해 드렸다. 그러면서도 그 꿀이 죽은 사자 몸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만은 하지 않았다. 삼손은 그 여자에게로 내려 가서 젊은이가 장가갈 때 하는 풍속대로 잔치를 벌였다. (판관기 14:1-10)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바로 지난 이야기는 삼손이 하느님께 복을 받으면서 자랐고 또 때가 이르자 하느님의 영이 삼손에게 내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곧바로 이어집니다.

블레셋 여자랑 결혼을 하겠다는 삼손의 이야기가 나오고, 들판이나 초원도 아닌 포도원에서 사자가 덤벼서 삼손이 맨손으로 사자를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그 죽은 사자의 몸에서 삼손이 꿀을 따서 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율법이나 나지르인으로서의 서약을 잘 모르고 위의 내용을 읽는다면 '그럴수도 있겠구나!'하며 넘어갈 수 있지만, 뭔가 당시 이스라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삼손의 행동은 정도에서 벗어나도 정말 크게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나안 땅을 정복하면서 주변 민족들과의 통혼을 철저하게 금해 왔었고 또 통혼과 음란함의 유혹 때문에 하느님께 수 차례 경고와 벌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손은 '그 여자가 좋은데 어떡합니까?'라며 블레셋 여자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상한 점입니다.

두 번째 이상한 점은 죽은 시체 가까이 가서 부정을 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나지르인으로서의 서약을 삼손이 완전히 그리고 가볍게 무시하고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손은 사자를 죽여 놓고 얼마 후 스스로 사자의 시체에 갈 뿐 아니라 그 시체에 꿀이 있는 걸 알고는 시체에 가까이 가지도 말아야 할 사람이 시체 손을 데서 꿀을 따다가 자기도 먹고 부모님에게까지 대접을 합니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느님께로부터 매우 큰 사명을 받았고 또 태어나서는 그 사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복과 능력을 충만히 받은 삼손이 왜 처음부터 이렇게 자기 멋대로 자기 욕망대로 행동을 하는 걸까요?

오늘의 말씀 내용을 잘 보면, 부모가 삼손을 잘못 길렀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손이 사자를 죽이고 또 그 죽인 사자 시체에서 꿀을 따다 부모님께 드리면서도 사자 죽인 일과 꿀을 얻은 일에 대해 일절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부모는 삼손을 하느님이 주신 소명 그대로의 나지르인으로 양육하고 싶어했고, 그 소명대로 삼손이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손이 나지르인 서약을 어긴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 불필요한 잔소리와 간섭을 받아야만 할 것이고 삼손은 그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복을 받고 자라도 그리고 하느님의 영이 내려와 함께 해도 자기 욕망을 쫓아 살 마음이 더 강한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영도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약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은 순종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강제로 억압하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느님은 당신이 내려 주신 소명을 받은 자 삼손에게 경고와 회개의 메시지를 보내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갑자기 나타난 사자였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이방인 여자와 혼인하러 가는 삼손의 길 앞에 사자가 나타났는데 삼손이 사자를 만난 장소는 들판도 초원도 아닌 사람들이 경작하는 땅인 포도원이었습니다.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타나지 않을 곳에 나타난 사자를 보고 자기 길을 돌이켜 보았을 텐데 삼손은 하느님이 주시는 경고의 사인(sign)을 분별할 생각도 하지 않고 더 큰 죄를 짓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판관기의 기록자는 이런 삼손에 대해서 두 가지 논평을 합니다.

"그는 이 일을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여인에게로 내려 가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그 여인에게 빠져 있었다."

"그 때는 불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때였기에 야훼께서 불레셋 사람들을 칠 구실을 마련하시려는 것이었다."

삼손이 여자에게 푹 빠져 있었다는 것이 하나이고, 하느님께서 삼손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시는 이유가 바로 블레셋을 칠 구실을 마련하시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또 하나입니다.

삼손이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능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망나니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삼손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런 식으로 이루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모든 일을 선용하셔서 당신의 선한 뜻을 완성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동시에 뭔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하느님께 명확한 소명을 받고도 욕망대로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무너져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손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자주 갈 필요가 없는 블레셋 마을에 자주 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내가 자주 가고 있는 나만의 블레셋 마을은 없는지 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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