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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앞에서도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5 조회수625 추천수8 반대(0) 신고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부자가 거둔 소출이 땅에서 왔단 점에 주목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온갖 것들이
그 위에 터전을 세우고 살아가는 곳이다.
사람들이며 집들이며 온갖 것들의 든든한 기초가 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온갖 것들을 그 속에 품어주는 곳,
모든 생명체가 죽어서 묻히는 곳이 땅이다.

사실,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힘을 주는 모든 것들이 땅에서 나온다.
몸 속에 수분이 1%만 빠져나가도 탈진에 빠지는
물도 땅에서 솟아난다.
날마다 일용하는 양식도 그 출처를 거슬러 가보면
결국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곡식과 열매들,
그리고 그것들을 먹고 자라는 온갖 짐승들에게 있다.
사람 또한 흙에서 왔다며 결국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집회 17,1).

흙에서 왔으니 인간은 흙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래서 각 사람도 세대를 거듭하면
수많은 후손들을 있게 한 토양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각자 한 두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세대가 거듭되고 거듭되면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후손이 대를 이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각자에게 닥치는 온갖 어려움과 힘든 일을 가슴에 품고
기도와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넓은 대지와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돌이나 나무 같은 걸로 만들지 않고 흙으로 만드셨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그런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저 혼자만 생각하는 속 좁은 사람이다.
더 이상 쌓아둘 창고가 없어서
새로 거둔 소출을 어디 둘까 고민하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쌓아두고 모아두기만 할 뿐 나눌줄 모르는 거지 근성으로 꽉 찬 사람이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늘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 쌓아둘 창고가 없어서 걱정하는 사람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다 소비할 수 없는 그것들을 나눠줄 줄 모르고
꼭 움켜쥐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말한다.
“자, 이제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자.”
그렇게 온갖 음식을 차려놓고도 저 혼자 먹는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가?

그런데 실상 많은 사람들이 이 부자처럼 살아가고 있다.
종교는 꼭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언제나 이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물질적인 생활을 충분히 안전하게 해놓은 다음,
시간과 힘이 남아돌 때 비로소 종교를 찾으려 든다.
첫 자리에는 언제나 직업상의 일들,
먹고 마시는 것, 이득이 되는 것들,
스포츠와 놀이와 취미생활이 오고
맨 마지막에 겨우 종교가 온다.
그러면서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신앙생활에 충실하기에는 믿음도 없고
좀 더 여유가 있어야 될거 같다고 한다.
복음에 나오는 부자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런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아무리 많이 모으고 쌓아도
그분이 부르시면 깨끗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야 하는 인생이다.
그토록 고생하면 모은 재산도 죽음이 오면
눈 깜박할 사이에 내 손에서 떠나게 되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분 앞에 나갈 것이니 얼마나 궁핍한가?

복음의 부자처럼,
아무리 많은 창고를 가지고 있어도
더 쌓아둘 곳이 없어 걱정하는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한 모습이 아니다. 궁핍한 모습이다.

동시에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눌줄 모르니
어떤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웃으로부터 고마운 인사도 받아보지 못한다면
영적으로도 궁핍한 모습이다.

우리 인생을 이렇게 물질적인 영화도 없고,
영적인 보람도 없이 보내고 있다면 얼마나 초라할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원래 추석 명절은 한 해동안 우리의 수고로 거두어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음식을 장만하여
풍성한 수확을 내려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드리는 날이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수모와 멸시를 참아가며 벌어들인 봉급의 일부를
가족과 이웃들에게 나누며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는 날이다.
따라서 추석은 풍요를 상징하는 날이다.

이 날을 복음의 부자처럼
저 혼자 넓은 창고에서 저 혼자 행복한 날로 보낼 것이 아니라,
제일 먼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미사에 참여하여
먼저 간 조상들과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리는 것은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 또한 흙에서 나온 것을 생각하고,
우리 또한 모든 것을 땅으로 되돌려줄 마음의 자세를 다진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
하느님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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