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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3일 야곱의 우물- 마르 2, 13-17 묵상/ 원아 모집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3 조회수465 추천수3 반대(0) 신고

원아 모집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호숫가로 나가셨다. 군중이 모두 모여 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르 2,13-­17)

◆어린 시절, 큰언니는 자주 “나는 학교 선생님한테 시집가고 싶어”라고 했다. 그리고 내 바로 위 언니의 담임인 총각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팔자가 사나우니…”라는 말로 언니의 뜻과는 정반대의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10남매 중 여덟번째인 나는 학부형 소집이 있으면 언제나 큰언니를 오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 어머니는 젊은데 우리 어머니는 할머니 같아서 창피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도 학부형 소집에는 아예 큰언니를 대신 가게 했다. 그래서 언니는 자연스레 동생 넷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학부형으로 자주 오면서 총각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어쩌면 언니가 좋아하던 선생님과 결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복숭아빛 얼굴의 큰언니가 시집을 갔는데 그 집이 바로 성당 앞에 있었다. 나는 큰언니 집을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때 성당에서 나오는 수녀님들을 만나면서 ‘나는 저 학교에 가야지’ 하고 결심했다. 천주교를 전혀 몰랐던 나는 수도복을 교복으로 알았기 때문에 여고를 졸업하면서 입학원서를 사러 성당에 갔다. ‘한국순교복자수녀원’이라는 팻말 아래 붓글씨로 ‘원아모집’이라고 써 있어서 내심 때맞춰 왔다고 좋아했다. 그것이 유치원 원아모집 광고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에 입회했다.

 

세례 후 신자생활 3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지금도 수련장님은 나를 보고 유치원 갈 사람이 수녀가 되었다고 놀리신다.
생각해 보면 주님께선 너무 무지한 나를 잘못 부르신 것 같다. 내가 좀더 거룩해졌을 때이거나 좀더 똑똑해졌을 때, 아니면 덕이 뛰어나거나 공부를 많이 했을 때 부르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똑똑함과는 거리가 멀고 거룩하지도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은 나를 그분은 부르셨다. 죄인 취급을 받는 세리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데도 “나를 따라라” 하고 불쑥 부르신 것처럼.

 

지금도 나는 여전히 참 수도자의 조건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먼 알래스카까지 와서 사도직을 하고 있다. 내 자격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수께서는 자격이 있어서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기 때문에 불러주시고 당신 가까이 두시는 것은 아닐까? 가끔 교우들에게 교회일을 맡기면 자기는 아직 자격이 없다고 사양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는 사람을 위해 왔다”라고 하지 않으실까?

문화순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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