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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또 한해를 기다려 주시는 분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1 조회수465 추천수1 반대(0) 신고

 

 

<또 한해를 기다려 주시는 분>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1-9)



  이 년여 전 2004년 12월 26일 인류는 자연 재해의 공포를 정말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인도네시아 앞바다 땅속에서 시작한 진도 9.17의 강진으로 일어난 지진해일(쓰나미)이 온 인도양 연안을 덮쳐 그야말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스리랑카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인원수가 유엔 통계에 의하면 23만여 명에 달했고, 이재민 수가 무려 280만 명가량이나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관광차 이곳을 방문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인간의 무력함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크나큰 재앙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지도가 바뀔 만큼 피해가 컸던 자연재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상념들을 일으켰습니다. 미리 대비할 수 없었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몇 시간만이라도 빨리 경보를 내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류가 한 공동체라는 의식을 불러 일으켜 주었습니다. 세계에서 각종 구호물자와 지원금이 답지 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도움과 민간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는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여기서 과학적 이유를 캐어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재해가 우리나라에서 일어  나지 않았다고 다행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어느 몰지각한 분이 그 지역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 지역이기에 천벌을 받아서 그렇게 되었다. 그러니 기독교를 열심히 믿고, 열심히 선교하자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교만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졌는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 당시에도 지진이 일어나 실로암 탑이 무너져 내린 사건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열여덟 명이 깔려 죽는 불상사가 생겨났습니다. 그러자 예루살렘에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이 평소에 죄를 많이 지어 천벌을 받아서 그렇게 죽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아니 죽음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천벌을 받았다고 하다니 어찌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아마도 예수님께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셨을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을 죄와 벌의 개념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불행을 겪을 때 지켜보는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죽음이 불현듯 찾아 올 수 있으니 죽음이 가까이에 있는 것을 명심하고 회개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왜 그런 불행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도 궁금하지만 침묵으로 새겨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내 차례가 아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닥쳐올 죽음에 대비하여 회개하고 준비를 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복음 선포의 참된 내용은 이런 것일 것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회개하고 이 세상에 하느님나라를 건설하다가 맞이하는 죽음은 단순히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새 생명으로 나가는 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내용인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비유’는 루카복음서에서만 나옵니다. ‘저주받은 무화과나무 이야기(마르 11,12-14.;20-25. 마태 20,18-22)’나 ‘무화과나무 비유(마르13,28-29. 마태 24,32-33. 루카 21,29-31)’와 그 뜻이 전혀 다릅니다. 이 비유 말씀은 “자비의 비유”입니다.


  무화과나무는 흔히 유대인들의 상징입니다. 여기서 마땅히 열매를 맺어야할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무화과나무는 원래 생육이 왕성해 주위의 지력을 모두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땅에 다른 나무가 자라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열매를 맺지 못하면 누구나 베어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주인이 3년씩이나 열매 맺지 못한 그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명령하자 그 포도원 지배인이 자기가 거름을 주고 좀 더 정성껏 가꿀 터이니 올 한해만 두고 보자고 말합니다.  그다음에도 열매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시라고 부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청중들에게 “너희는 이 무화과나무와 똑같은 처지에 있다. 그러니 얼른 회개하여 하느님의 자비에 응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의롭고 자비하신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처신하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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