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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4 조회수659 추천수7 반대(0) 신고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 요한 3,13-17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 져야 한다.”


<인생의 양념, 십자가>


   한 인간지에 연재되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함께 읽고 있습니다.


   결혼이란 것이 둘만 사랑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라, 양 가문의 결합이다 보니 거기서 파생되는 지엽적인 문제들이 상당하더군요.


   더 나아가서 결혼이란 것은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이나 환경,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 다른 의사소통방식을 지닌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도 있지만, 그에 앞서 두 사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혼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중년에 접어든 한 가정주부께서는 미숙한 운전 탓에 실수로 자기 집 담벼락을 크게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겨우 정신을 차려 차문을 열고나오니, 굉음에 놀란 남편도 따라 나와서 한 마디 던진 말에 기가 차지도 않았답니다. 당연히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차 범퍼가 많이 부서졌다고 화부터 내더랍니다.


   또 다른 어머니는 그 영양가 만점인 ‘시금치’를 싫어한답니다. 왜냐하면 평생 시어머니, 시누이, 시동생들로부터 시달림을 받다보니 ‘시’자로 시작하는 단어만 보면 갑자기 긴장되고 주눅이 든다는 것입니다.


   아내 되는 분들의 스트레스 받는 내용만 소개해드렸는데, 남편들께서 겪는 소외감, 허탈감, 공허함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아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자가는 의외로 우리 삶 가까이 존재한다는 사실. 특히 가족구성원들이 가장 무거운 십자가일 수도 있다는 사실.


   가족 구성원들 마음 안에 독버섯처럼 자리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마음, 상대를 무시하고 상대의 기를 반드시 꺾어놓고야 마는 완고한 마음, 고통이나 십자가를 분담하려하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전가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이야말로 십자가 중의 십자가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동화 속처럼, 인테리어 잡지에 실린 사진처럼, 고상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 순간입니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삶은 십자가의 연속입니다. 한평생 십자가로 점철된, 계속되는 십자가의 고리로 연결된 십자가의 나날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인생에 있어서 십자가는 기본으로 여기는 넓은 마음, 십자가는 우리의 단조로운 나날을 재미있게, 활기차게, 맛있게 만드는 양념과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이 중요합니다.


   때로 우리가 지고 가는 십자가가 너무 커서, 너무 기가 막혀서 고달플 때 기억할 말이 여기 있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묵상은 없습니다.”


   “슬픔은 그 누군가의 더 큰 슬픔을 통해서 치유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십자가 역시 그 누군가의 더 큰 십자가를 통해 해결되고, 이해되며, 극복됩니다.


   그 누군가의 십자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매달리신 십자가입니다.


   오늘도 등에 지워진 십자가의 무게로 휘청거리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새로운 탄생과 영원한 생명, 구원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우리는 구원의 여정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정은 우리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신 십자가 상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수용하고, 믿고, 그분을 따름으로 완결됩니다.


   언제나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람, 십자가상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람, 십자가에 담긴 진리를 깨치고 그 진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새로이 태어난 사람이고, 구원의 길을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6번 / 십자가에 제헌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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