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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찾는 여정" - 2007.9.30 연중 제26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01 조회수465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9.30 연중 제26주일                                
아모6,1ㄱㄴ.4-7 1티모6,11ㄱㄷ-16 루카16,19-31

                                                  
 
 
"하느님을 찾는 여정"
 


말없어서 침묵이 아니라, 말없는 색깔도 침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빨간 원색의 색깔, 말없어도 마음을 들뜨고 시끄럽게 합니다.
 
언젠가 외출했을 때 노점에 걸려있는 숱한 원색의 옷들을 보며,
또 봄철 새빨갛게 피어난 철쭉꽃들을 보며 순간 터져 나온 말입니다.

“영혼이 없다.”

화려한 원색의 옷이나 꽃들,
얕고 가볍고 시끄러워 꼭 영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면의 깊고 낮음은 외적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오늘 복음의 어떤 부자가 꼭 그렇게,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진정 내적으로 부유한 이들,
화려한 옷보다는 수수하고 깨끗한 옷을,
잘 차려진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깨끗한 음식을 선호합니다.
 
오늘 복음의 어떤 부자를 통해 우리의 삶을 점검해 보도록 합시다.

첫째, 이 부자에겐, 마음의 창문이, 관계가 없었습니다.

하늘 향한 창문이 이웃향한 창문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 성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하늘 향해 활짝 열린 창문들입니다.
만일 이 성전이 온통 벽들이고 창문이 하나도 없다면
이 성전은 얼마나 어둡고 답답하겠습니까?
그대로 감옥 같을 것입니다.

바로 이 부자의 경우, 꼭 자기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꼴입니다.
 
하느님 향한 마음의 창문,
이웃 향한 마음의 창문,
모두가 닫혀있기 때문입니다.
 
전혀 하느님과 무관하고, 이웃과도 무관한
고립단절의 삶이니 그대로 자기라는 감옥 안에 살고 있는 부자입니다.
 
하여 하느님은 물론이고 바로 대문 앞에 있는 가난한 라자로도 볼 수 없었습니다.
과연 여러분의 두 마음 창문은,
위로 하느님 향한 마음 창문과 옆으로 이웃 향한 마음의 창문은 활짝 열려있습니까?
 
하느님과 가난한 이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창문이요,
성령의 바람과 은총의 햇살이 들어오는 마음의 창문입니다.

둘째, 이 부자에게 방향이, 비전이 없었습니다.

삶은 흐름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를 향해 맑게 흐르는 강 같은 삶입니다.

밖으로는 산 같은 정주의 산이지만
안으로는 강같이 흐르는 내적 순례 여정 인생입니다.

물도 고이면 썩습니다.
끊임없이 흘러야 맑은 물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이 부자의 삶, 꼭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 같습니다.
아주 삶이 정체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역동적인 면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나를 따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는데,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옛 사막의 교부들 간곡히 충고하셨는데,
날마다 하느님을 찾으라고 수도 교부들 말씀하셨는데,
이 부자는 생각 없이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합니다.
 
완전히 영적 방향감각을 상실한 현실지상주의의 육적 삶입니다.
바로 부패와 사치에 빠져있는 이스라엘 지도자들 역시 이와 똑같아
아모스 예언자의 맹렬한 비판을 받습니다.

“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과연 여러분의 삶은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맑게 흐르는 강 같은 삶입니까,
혹은 웅덩이에 고인 물 같이 정체된 삶입니까?
 
우리의 유일한 비전이자 방향은 하느님 한분뿐입니다.

셋째, 이 부자의 삶에는 깊이가 없었습니다.

너무 피상적, 평면적 삶입니다.
 
날마다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즐겁고 호화로운 온실 속 같은 순탄대로의 삶이니
도저히 깊어질 수 없는 인생입니다.
 
공동체내에서 산전수전 겪어가며 깊어가는 삶인데,
높이나 넓이에서가 아닌 깊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인데,
이런 얕고 가벼운 삶 속에서 하느님 체험은 어불성설입니다.

마음 들뜨게 하는 봄의 꽃향기에 비해,
여름의 뙤약볕, 가뭄, 폭풍우의 시련의 과정 중에 익어간
가을 열매들의 향기는 마음 편안하게 하여 더 좋습니다.
 
삶의 고통의 과정 중 내면이 깊이 익어가면서 풍겨 나오는
성숙의 향기, 겸손의 향기입니다.
 
그러나 이 부자는 삶의 깊이가 없으니 겸손의 향기가 있을 턱이 없습니다.

‘빠르고, 쉽고, 편하게’의 삶이 가볍고 얕고 시끄러운 삶을 부추기는 세상입니다.

하여 삶의 깊이가 없어,
하느님께 깊이 믿음의 뿌리내리지 못해,
불안과 두려움 중에 방황하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삶에서 모든 어려움들,
하느님 안에서 내 삶을 깊게 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게 지혜입니다.
 
과연 내 삶의 깊이는 어느 상태입니까?
 
화려한 원색의 꽃이나 옷처럼 너무 얕고 가볍고 시끄럽지는 않습니까?

그러니 이 부자는 외적으로 보면 천국 같은 삶이지만
내적으로 보면 감옥 같은 삶입니다.
 
이승에서의 고립 단절된 삶이 그대로 저승에로 연장되고 있음을 봅니다.
저승에서의 부자와 라자로의 건널 수 없는 큰 구렁은
바로 이승에서의 큰 단절의 구렁의 연장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찾는 여정일 때,
마음의 창문은 활짝 열려 비로소 관계가 형성됩니다.
 
방향과 비전도 떠오르고, 삶도 날로 깊어갑니다.
 
이 거룩한 미사 중,
우리 모두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우리 모두를 향한 다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마음 깊이 받아들입시다.

“하느님의 사람들이여,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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