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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호통 대신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25 조회수467 추천수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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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은 사실 상당히 절제된 말씀이었다.
사실은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 불 같이 호통을 치시는 것이
예수님께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화를 참으시고
그 순간을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기회로 삼으셨다.
야고보와 요한의 모친은 엄마된 심정으로 청탁했으니
차라리 아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고보와 요한 형제는 자기들이 직접 예수님께 말씀드릴 것을
엄마를 내세우는 치사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기꺼이 자기들도 예수님이 마실 잔을 마실 수 있다고 미리 말해버림으로써
예수님이 다른 말씀을 못하게 막아버렸다.
하지만 예수님은 두 사람을 호통 치는 대신
다른 제자들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아주셨다.
야고보오 요한은 억세게 운 좋은 순간이었다.
베드로는 스승이 수난당해선 안된다고 했을 때
“사탄아 물러가라!” 하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예수님의 이런 태도는
참으로 용기있고 아량이 넓은 모습이다.
얼마든지 호통치고 꾸짖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의노를 참으시고 인자한 스승이 되어 주셨다.
어쩌면 이것이 더 큰 꾸중이다.
분명히 호통치고 꾸짖어야 할 순간에
자상한 얼굴로 조목 조목 잘못을 짚어주는 것이
양심에 더 큰 죄책감을 느끼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호통부터 치면 반발감이 먼저 일어나지만
자상하게 잘못을 알려주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법이다.
시편 75편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오직 하느님만이 심판자, 어떤 이는 낮추시고 어떤 이는 높이신다.
실상 주님의 손에 잔이 들려 있으니 향료 가득한 거품 이는 술이라네.
그 잔에서 따르시니 그들은 찌꺼기까지 핥아 마시리라.
세상의 모든 악인들이 마셔야 하리라.”(시편 75,8-9)
향긋한 술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누구든지 그 잔을 마시고 싶어하지만
그 잔은 선인과 악인을 가려내는 심판의 술잔이다.
사실 야고보와 요한 형제가 애초에 마시고 싶었던 잔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영광의 잔이었다.
술잔 가득 거품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주 잔이었다.
하지만 그 잔 속에는 고통과 인내와 패배와 같은 쓰디 쓴 음료가 가득한 잔이었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야고보 사도는 기꺼이 그 고통의 잔을 마시고
스승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뒤를 따라
사도들 중에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다.
그 때 오늘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렸을 것이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기분 좋게 취하는 술잔,
그래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잔이 아니라,
고통과 인내의 잔,
그렇지만 정신을 맑게 하고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하는,
그런 잔을 마시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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