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9 사순 제2주간 금요일

창세37,3-4.12-13ㄷ.17ㄴ-28 마태21,33-43.45-46

역사와 의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입니다.

동녘 하늘 찬란히 떠올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 모습을 밝혀주는 태양은 삶의 의미를 상징합니다.

삶의 의미를 잃어 어둠 중에 방황이요 무기력한 삶입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때 소리 없이 밀려오는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입니다.


바로 삶의 의미를 찾아 발견함이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역사와 의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사실의 나열과 종합이 역사가 아니라

이런 사실 안에서 의미를 찾음이 진정 역사 공부입니다.

과거의 죽은 역사가 아니라 오늘로 이어져 내일로 펼쳐질 역사입니다.

과거의 역사는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입니다.

과거의 역사 없이는 내 신원도 정체성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의미의 길을 찾기 위해 역사공부입니다.

하여 정체성의 뿌리를 찾고 강화하는데 국사와 국어가 그리도 중요합니다.


존재하는 것 모두가 역사를 지닙니다.

하여 역사의 종류도 무궁합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세계사,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 교회사, 수도회사,

또 가정사도 있고 개인의 전기로 표현되는 개인사도 있습니다.

믿는 이들은 이 모든 역사를 하느님의 구원사의 렌즈로 읽으며

하느님의 뜻을, 의미를 찾아내려 노력합니다.

이래서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성경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역사로 확장되는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특히 제가 요즘 주목하는 것은 개인사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평범한 삶 같지만

그 고유한 개인 삶의 역사는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주변에서 죽음을 목격할 때 마다 그 한 평생의 삶을 묵상하며

그 삶의 무게와 의미에 가슴 먹먹해지는 경우 간간히 체험하기도 합니다.

하여 성경 렉시오 디비나와 동시에 따라야 할 것이

내 삶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저절로 들어나는 역사의 의미가 아닙니다.

몇 미터를 파서 샘솟는 지하수가 아니듯

역사의 의미, 삶의 의미도 그러합니다.

집요하게 읽고 묵상하고 되새기고 기도해야 떠오르는 의미입니다.

의미도 찾아내지 않으면 세월 속에 덮여 버려 들어나지 않아

우리는 점차 의미를 잃고

무기력, 무의욕, 무의미 속에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매일의 미사 시간 의미를, 나를 찾아내 발견하는 시간이요

삶의 의미 자체인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시는 시간입니다.

오늘 1독서는 야곱(이스라엘) 가족사(家族史)이자 하느님의 구원사요

복음의 포도원 주인의 우화는 초대교회의 구원사입니다.

하느님의 활동 장소는 역사입니다.

주님은 역사의 주어이지만 들어나지 않고 피조물을 통해 활동하십니다.

오늘 독서는 야곱과 그 아들들의 적나라한 인간현실을 보여줍니다.

야곱의 편애로 기인한 형제들의 질투로 죽었다 살아난 요셉입니다.

배후의 하느님의 인내와 기다림이 놀랍습니다.

인간 눈높이에 맞춰 서두르지 않고

구원 역사를 펼치시는 하느님을 감지하여 하느님의 마음을, 뜻을 찾을 때

제대로 된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바로 형제들의 질투로 죽었다 살아나 이스마엘인들에 게 팔린 요셉은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예표임을 깨닫습니다.

또 은전 스무 닢에 팔린 요셉에게서

은전 서른 닢에 팔린 예수님이 연상됩니다.

오늘 복음의 포도원 소작인들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사를 렉시오디비나한 초대교회신자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예언자들을 박해한 역사,

그들이 예수님을 처형한 비행,

예수님의 놀라운 부활,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의 출현 등

구원사를 포도원 소작인들의 우화로 엮은 초대교회입니다.

“집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마침내 위 시편 구절에서 죽고 부활하신 주님의 의미를 깨닫고

구원 체험에 환호하는 초대교회신자들이요 우리들입니다.

삶에 의미가 있는가?

역사에 의미가 있는가?

회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의미 없는 삶이나 역사는 영혼 없는 몸처럼 죽은 삶이자 역사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사의 빛 안에서 밝혀지는 의미입니다.

의미를 깨달아 아는 것 역시 은총입니다.

누구나 깨닫는 자명한 은총의 의미가 아니라

참으로 부단히 삶의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찾는 자에게만이 주어지는

삶의 의미, 역사의 의미입니다.

화답송도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주님이 이루신 기적을 기억하여라.”(시편105.5ㄱ)

역사의, 우리 삶의 주어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바로 우리 삶의 의미임을 말해 줍니다.

주님이 이루신 기적들로 이뤄진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 삶의 역사 역시 주님이 이루신 구원사요 성경입니다.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우리 삶은 모두가 기적이요 의미로 충만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이 이루신 기적을 기억하며

삶의 의미이신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시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