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정직함의 대가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8 조회수640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가장 무기력하게 느끼게 만드는 즉 맥빠지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서로 상대방의 노력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은 실제로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을 의도적으로 표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고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아니 전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우리들의 삶은 고뇌로 가득 차 있으며 쉬운 일이란 거의 없고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생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매력을 유지하면서, 오로지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산다. 항상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항상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실패한 삶을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살면서 그런 와중에서도 혹시나 아플까 봐, 매력이 없어질까 봐, 지루할까 봐, 실패하여 슬퍼할까 봐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러한 두려움과 고생을 숨기고 산다. 아주 가끔 우리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과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뿐이다. 자신이 두려워하고 고생하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아무도 들여다 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처럼 가장하고 살고 있다. 즉 편하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우정과 건강을 유지하고 성공하고 매력을 유지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솔직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태도이다.    솔직하지 못한 것은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사전 계획에 의하여 얼마나 조심스럽게 서로 붙어 의지하면서 사는지 하느님께서 알고 계시고 또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한편 우리가 고통과 두려움을 숨겨야겠다고 마음 먹기 때문에,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좌절을 숨겨야겠다고 마음 먹기 때문에 무기력한 것이다. 약하고 두렵기 때문에 어울려 사는 것이다.
 
우리들의 공로나 성공보다 우리들의 연약함과 두려움이 훨씬 더 우리를 내면 깊숙이 들어가게 하여 우리 마음 속에 가장 깊이 있으면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가치있는 것을 건드린다. 그 깊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우리들의 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며, 인생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가장할 때에는, 그 깊은 마음의 바깥에서 인생은 같이 공유하도록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개인 소유물이라는 거짓말을 배우게 된다. 다 함께 고생하고 다 같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공감할 때 사랑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상처와 고생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보다 진실한 깊은 우리들의 내면 속으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들은 공동체와 사랑은 서로에게 감동을 주어야 이루어지고 존속된다고 잘못 배워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을 애써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 공동체와 친밀함에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이 아주 인상적이고 강해야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 오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쓰면서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실은 다 같이 연약하기 짝이 없고 고생을 엄청하고 몹시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풍을 일으켜서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려고 애쓴다.
 
우리들은 바벨(Babel) 주민들처럼 아주 깊은 인상을 심어주어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려고 탑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식(假飾) 때문에 “다른 말을 하면서” 즉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동의 장(場)을 마련하지 못하고 인생을 살고 있다. 공감(共感)을 해야 이해가 생기며 공감은 우리들이 다 같이 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고생과 두려움을 숨기는 한 결코 서로 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두려움과 고생을 숨기면, 또 성공, 건강, 매력, 우정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들의 재능, 지능, 위트, 매력, 미(美), 예술적 육체적 능력이 우리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물로 보이지 않게 된다. 대신 선망의 대상으로 투사(投射)되어 질투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상처를 만들게 된다. 더불어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우리들은 성공해야만 하고 우리들의 재능은 지켜야할 개인 소유물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여태까지 다 함께 고생을 해봤으므로 이제는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두려움을 숨기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친해진다. 우리들은 모두 약하기 짝이 없으므로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친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묵상집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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