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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 때문에 져야 할 고통이라면...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15 조회수2,118 추천수25 반대(0) 신고

9월 15일 : 성모 통고 기념일

 

사랑 때문에 져야 할 고통이라면...

 

모든 크리스천이 그렇겠지만 특히 수도자의 남모르는 고통 중의 하나는

모든 사람을 골고루 사랑해야 할텐데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자는 한사람에게 매이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택한 생활양식이기에 이에 대한 딜렘마는 수도자들을 늘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것도 가장 사랑해야 할 동료 형제들, 동료 자매들을 사랑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더욱더 그 딜렘마는 심해질 수밖에 없고, 때론 정체성의 위기까지 겪으면서

내가 수도생활을 왜 하고 있는지, 과연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지 등의

성소 갈등까지 느끼곤 한다.

 

오늘도 오후 내내 수도자들의 고백성사를 주면서

이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대부분의 수도자들이 이 문제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도데체 골고루 모두를 사랑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호통재라!

이를 어찌할꼬!

 

이렇게 정리해 보자.

 

먼저, 우리는 한가지를 고백하고 인정해야만 한다.

즉, 우리의 능력부족, 능력없음을 고백하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음을, 그러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음을 겸손되이 인정해야만 한다. 실제로 그 어떤 성인성녀들도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들은 아니었다.

 

<하느님 만이 죄인이든 선인이든 모두에게 골고루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고, 햇빛을 내려주실 수 있는 분이시다. 하느님만이 모두를 골고루 사랑하실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시다>

 

우리의 사랑의 무능력에 있어서의 고백과 인정은 하느님의 사랑의 능력에 대한 고백이요 믿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억지로(?) 무리하게 사랑하려 함으로써 오히려 상처만 더 입고 또 입히게 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내가 하고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능력있는 사람의 도움을 청하듯이, 사랑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약한 인간 본성과 감정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습득된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나와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사랑하는 데에도 사랑의 정은 각자에게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냥 되는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랑하고, 미워할 사람은 미워하고 말 것인가!

그래도 양심의 가책없이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마음의 아픔을 겪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는 주님처럼 당연히 최선을 다해 모든 사람을 골고루 차별없이 사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는 엄청난 교만이다.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더 잘 사랑할 수 없는 위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분에게 맡겨드려야 한다. 일을 부탁하듯이...

그분은 사랑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대가이시다. 우리보다 몇백배 더 잘 사랑할 능력이 있는 분이시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그럴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분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사랑하시도록 맡겨드려야 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측면에서 그분 사랑의 지원자가 되어야 할 뿐이다.

 

요점은 우리가 능력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움켜쥐고 강요된 사랑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성모님의 고통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모님의 고통은 바로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으셔야만 했던 아픔이 아니었겠는가?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크리스천들도, 수도자, 성직자들도 삶의 여정 가운데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이 나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진정으로 사랑 때문에 비롯되는 것인지를 잘 식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잘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의 이기심과 충족감 때문에 억지로 사랑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그분께 맡겨 드리자. 그분이야 말로 사랑의 능력자이시다.

 

그러면 우리는 자유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 열심히 사랑하고 내 능력 밖의 사람들 주님께서 맡아주시니

만사형통이라!

결국 우리가 자유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사랑의 집착 때문이리라.

 

오늘 겸허하게 이렇게 기도하자.

 

주님, 제가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받아주지 못한 000를 맡겨 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더 능력자이시니 주님께서 나보다도 훨씬 더 큰 사랑으로

그를 감싸 주시고 위로해 주십시오. 저는 조용히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며

흐뭇해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소지으며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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