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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석 단상>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12 조회수2,430 추천수9 반대(0) 신고

9월 12일 : 한가위 축제일

 

 

<추석 단상>

 

아침에 제대 앞에 솜씨없지만 차례상을 차리고

아침기도후

형제들과 더불어 미사를 봉헌한다.

말씀의 전례, 차례예식, 그리고 성찬례

오늘 특히

숙연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보다 먼저 작은형제로 살다가신

선배 형제들과

또 우리 각자의 형제들의 부모 친지들의 이름자를

봉헌한 까닭일까?

 

(1)

추석하면 먼저 보름달을 떠 올리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둥근 보름달 모양의 떡을 빚지 않고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는 것이

새삼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보름달은 분명 결실과 충만을 드러내고 있지마

우리의 실생활은 그렇지 않음을 반영하는 겸손한 자세일까?

반달은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송편을 빚는 마음,

또 그 송편을 나누는 마음은

서로에게 발전을 기원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미에서 추석은

우리에게 또 다른 겸손과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2)

게시판에 선물을 갖다 주신 분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

우리가 한해 동안 해 드린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게시판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과일, 떡, 고기 등 귀한 것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혹 뇌물(?)로 보내온다.

우리는 그 선물들의 대부분을 더 필요한 이웃들에게로 또 나눈다.

우리보다는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시지...

이러한 선물 앞에 한편으론 감사하고 또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렇다!

보다 더 영혼들을 위해 열심히 또 일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으로 받아들이자.

추석은 이렇게 우리에게 감사와 부끄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날인가보다.

 

 

(3)

식탁에서의 중심이야기 중의 하나가

제사 문제이다.

형제들 중에서도 가족 친지들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이 많아서

명절 때만 되면 제사나 절하는 문제 때문에 좋아야 할 가족 분위기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

특히 갈라진 형제들인 개신교 신자들을 가족 친지로 둔 형제들은

이것이 못내 마음 아프다.

종교 때문에 좋아야 할 명절 분위기가 망쳐지다니...

우리 가톨릭도 바로 이 제사문제 때문에 초기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문화와 풍습을 종교라는 그릇된 논리로 바라봄으로써 얼마나 많은 오류들을

겪어 왔던가?

문화와 풍습에 대한 올바른 이해야 말로 올바른 종교성의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혹 우리 안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문화와 풍습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갈라진 형제들의 자세를 비판만 하지말고 그대로 수용함으로서 더욱더 성숙된 자세로 명절의 풍성함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혹 이번 추석에도 이러한 문제로 마음 상한 이들이 있다면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자. 그들의 탓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부족한 종교의 틀이 문제일 뿐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더욱더 성숙한 자세로 문화를 포용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뛰어넘자고...

가령, 요즈음의 청소년 문화에 대해서도 우리가 비판하고 못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 개신교 형제들의 우상숭배(?) 논리도 계속되지 않겠는가?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항상 새로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들의 문화는 미래를 지시해주는

이정표이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내밀한 욕구들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외침이 아닐까?

 

한가위에

우리 민족의 풍습과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질적인 풍습과 문화라 하더라도 더욱더 폭넓게 수용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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