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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8일 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8 조회수866 추천수13 반대(0) 신고
 

9월 8일 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 마태오 1,1-16.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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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 앞에 향기로운 꽃다발 한 아름>


   ‘어머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선 드는 생각이 어떤 생각이십니까?


   제 개인적으로 퍼뜩 떠오르는 생각은 ‘송구스러움’, ‘죄송스러움’ ‘안타까움’ ‘안쓰러움’입니다.


   점점 병약해지시고 연로해져만 가시는 어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멀찍이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수님의 어머니이자 만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떠올릴 때도 그런 생각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성모님의 생애, 아들 예수님의 생애를 어찌 그리도 꼭 빼닮았는지요? 성모님의 생애, 아드님 생애의 복사판입니다. 예수님의 인생이 그리도 수동형이셨던 것처럼 성모님의 생애 역시 철저하게도 수동형이셨습니다.


   ‘처녀잉태’라는 그 감당하기 힘겨운 사건 앞에서 성모님은 그저 ‘예, 주님의 뜻이라면 그래야지요’하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떠나라는 성령의 음성에 아무소리 없이 떠나셨습니다. 이제 그만 되었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하느님의 지시에 단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으셨습니다.


   소년 예수님의 비수 같은 돌출 발언이나 행동 앞에서도 그저 침묵하셨습니다. 아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떠나신다니 가슴이 허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저 아들 잘 되기만을 바라시며 눈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간간히 들려오는 예수님과 관련된 걱정스런 소식 앞에서도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며 끝없는 신뢰를 보내셨습니다.


   마침내 아들 예수님께서 모든 사명을 마치고 십자가 위에서 고개를 떨어트리는 순간에도 그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이런 수동형 성모님은 우리와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떠나간다 할지라도 성모님께서는 절대로 길길이 뛰시지 않습니다. 그저 가슴 아파 어쩔 줄 몰라 하십니다. 우리가 방황을 거듭할 때도 ‘나쁜 자식’이라고 혼내지 않으십니다. 그저 우리가 안쓰러워 눈물 흘리십니다.


   우리가 다시 마음을 잡고 그분께로 돌아갈 때면 ‘왜 이제 왔나, 그 동안 뭐했느냐’ 다그치지 않으십니다. 그저 말없이 우리를 안아주십니다. 조용히 우리의 등을 두드려주십니다.


   오늘도 지독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금 성모님께로 다가갑니다. 그분께로 다가갈 때 마다 느끼는 바지만 충만한 위로와 격려를 넘치도록 받습니다. 다가갈 때 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평생 풀지 못할 고민이나 숙제를 대신 풀어주십니다.


   성모님의 일생을 묵상할 때 마다 그분께서는 제게 이렇게 타이르시더군요.


   “그래, 사느라고 많이 힘들지? 사실 나도 많이 힘들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자유롭지. 그래서 행복하지. 자유로워지는 비결, 그리 어렵지 않단다. 단순해지는 것, 겸손해지는 것, 나를 버리는 것, 하느님만 생각하는 것, 모든 고뇌 자비로우신 하느님 손에 맡기는 것, 그것이란다.”


   오늘 성모님의 생신이군요. 그분 앞에 향기로운 꽃다발이라도 한 아름 놓아드려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죄인인 우리를 향해 일방적인 위로만 주시는 성모님이시기에 오늘만큼이라도 우리가 그분께 기쁨과 감사를 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61번 / 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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