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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경 축시 / 조촐하면서도 우람한 당신의 범선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29 조회수399 추천수2 반대(0) 신고
은경 축시



조촐하면서도 우람한 당신의 범선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님 은경축을 함께 지내며


                                            
우리 인간이
이승의 시간 100년을 사등분하는 것은
일년의 사계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요

이승의 시간 100년을 사등분한 25년을 일러
우리는 '사반세기'라고도 부르지요

사람이 뜻을 이루어
자신의 조각배를 타고 드디어 출항을 한 다음
인생 대해를 노 저어온 25년
좌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뱃전에 아롱다롱 매달고 온 25개의 성상(星霜)은
누구의 것이든 귀하고 값진 것이로되
홀로 키를 잡고 닻줄 올리고 노 저어온 이의 25년을
우리는 '은경(銀慶)'이라 이르지요

홀로 타고 있으되  
그 조각배는 우람한 범선이며
보이지 않는 이의 흐벅진 손이
늘 함께 키를 잡고 닻줄 올리고 노를 저어 왔기에
그 25년 항해를 기념하는 일을 일러
우리는 '은경축'이라 부르지요

홀홀 단신의 조각배를
우람한 범선으로 만들어주고
갖가지 형체로 돛폭을 밀어주는
성령의 바람
위대한 생명력
끊임없는 흐름으로 노를 도와주는
저 아기자기하면서도 장대한
은총의 물결

그것으로 존재하고
그것으로 살아감을
그 안에서 새로이 체감하기에
무릇 가톨릭 사제의 은경축은
그것 자체로 또 하나의 범선이 되어
우리 모두 함께 키를 잡고 노를 저어 가는
정갈한 기쁨과 행복을 누립니다

당신의 조촐하면서도 우람한 범선 안에
갖가지 갈래의 우리 모두를 함께 태우고 가시는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님

25년 세월 속에서
나날이 작아지고 또 커지는
당신의 범선 한 자리
저도 기쁘게 동승해 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20년도 더 지난 1986년 여름
저와 함께 나누었던 고귀한 땀방울을 기억하시나요
서산 땅 운산 골과 음암 골
교육민주화바람을 억제하던 강압에 맞서
수많은 학부모를 설득하고 다녔던 그 열정,
그 추억은 오늘도 제 가슴에
생동하는 기운을 안겨줍니다

벅찬 감회를 안고
신부님 은경축 자리에 선 오늘
20여 년 전 청년 시절과 조금도 다름없는
신부님의 푸근한 웃음을 봅니다

가톨릭 사제들 특유의
강건하면서도 온화한 표정 가운데서도
신부님의 미소는
하늘의 하얀 조각구름 머무는
마당가 옹달샘의 평화로움 같아서
잠시 곁에 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정화와 평화를 느낍니다

문학과 미술과 대자연의 야생화들까지
갖가지 풍정들을 한아름 안고
25년의 항구에서 새롭게 닻을 올리는
당신 범선의 아름답고도 힘찬 돛폭을 봅니다

성령의 바람이 밀어주는
정겨운 돛폭
늘 낭만적인 돛폭으로도 존재하시며
저 50년의 항구를 향해
사반세기 너머의 대해를
다시금 힘차게 저어 가소서

육신을 치료하는 의사이기보다
영혼을 치유하는 의사이기 위해
의과대학에서 신학교로 전환하던 과정의
그 눈물겨웠던 사연들도
사제 생활 25년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은총과 축복의 꽃으로 피었으니

순교 선열들이 이끄시는 길을 따라
사랑 열매들을 두루 나누시며
하느님 웃음 같은 그 웃음꽃을
오늘은 성거산 하늘과 땅에 가득 피우소서!
  

(2008년 5월 10일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님의 은경축을 맞이하여 성거산 성지 경축미사 후 축하식에서 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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