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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올해 환갑을 장식한 아주 특별한 일/매 주 타지역 성당 신부님과 신자들을 만나는 기쁨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29 조회수696 추천수0 반대(0) 신고
              올해 환갑을 장식한 아주 특별한 일
                                 매 주 타지역 성당 신부님과 신자들을 만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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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일 동안의 병상생활을 마치고 퇴원한지 두 달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관계로 되도록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주로 집에서 소일한다. 그렇다고 집 안에서 노상 누웠다 앉았다 하며 무료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늘 일에 쫓기는 상황이고, 예정했던 중요한 작업이 지연되는 탓에 심고(心苦)도 많이 겪는다.

환갑을 먹은 올해, 참으로 특별한 일들이 내게 있었다. 내 환갑 해를 정말 특별하게,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주는 일들이다.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서도 가장 특별한 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올해, 평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금년 1월 1일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사목회장(총회장) 직분을 맡게 되면서 '기름과의 전쟁'에 전력투구하게 되다. 거의 매일같이 전국의 수많은 성당들에서 수백 명씩, 때로는 2천 명도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성당을 통해 해변 기름제거작업에 참여했다.


▲ 기름제거 작업 후의 기도 장면 / 5월 4일, 또 하루의 기름제거 작업을 마치고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신너루' 해변에서 서울 명일동성당 신자들과 함께 기도를 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내 건강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  
ⓒ 지요하  자원봉사

직장이나 사회단체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기름제거작업에 참여한 천주교 신자 자원봉사자들이 부지기수일 테지만, 성당이나 수도회, 학교, 기관, 단체 등 확실한 천주교 신앙공동체 이름으로 태안성당을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4만 명이 넘는다.      

그들을 매일같이 해변으로 안내하고, 주의 사항과 작업 요령을 설명하고, 작업장 배치를 하고, 작업 뒷바라지를 하고, 점심 급식 다음에는 혼자 남아 작업 마무리를 하고, 떠나는 버스마다 올라 고맙다는 인사를 한 다음 손을 흔들어 드리는 일이 내 일과였다.

그런 생활을 넉 달 가량 했다. 그 덕분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상대했다. 물론 거의 모두가 초면인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구면이거나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반가운 지인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하는 것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다.

처음 보는 이들 중에는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많았다. 일상생활 가운데서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많이 만나는 것은 복된 일이다. 나는 당시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기름재난이라는 불행한 일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거의 매일같이 사제와 수도자들을 만나는 것은 내 환갑 해를 잘 장식해 주는 초유의 특별한 일이었다.      


<2>

뜻밖의 발병으로 병상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나는 많은 '귀인'들을 만났다. 실로 많은 이들이 병실을 찾아주었다. 태안성당 신자들과 고장의 지인들 뿐만이 아니었다. 내 입원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천안, 공주, 대전, 서울, 인천 등지의 지인들이 와서 위로해주고 기도를 해 주었다.


▲ 병상에서의 기도 / 지난 6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원목 신부님의 방문을 받고 함께 기도를 했다.  
ⓒ 지요하  병상기도


그들 중에는 병실을 두 번 세 번 찾아준 이들도 있고, 천안 순천향대병원으로 헛걸음을 했다가 서울 강남성모병원으로 온 이들도 두 분이나 되었다. 또 귀한 시간을 내어 문병을 해주신 신부님도 태안 본당 신부님을 포함하여 네 분이나 되었다. 두 번이나 병실을 찾아주신 신부님도 있고….

내가 다른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들을 만나 뵙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퇴원 후 한 달 동안 요양을 한 다음 8월 첫 주일(3일)부터 주일마다 다른 본당을 방문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 또한 내 환갑 해를 잘 장식해 주는 특별한 일이다.

나는 지난봄에 내 회갑을 기념하여 세 권의 신앙문집을 동시 출간한 바 있다. 신앙시집, 신앙산문집, 신앙소설집 등 세 가지 장르의 책을 출간하여 4월 13일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미사'를 지냈다.

기름재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 태안 본당의 빚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시도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판매수익금 전액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다.

우선 대전교구 성당들과 해변 기름제거작업에 참여한 400곳이 넘는 성당들의 주임 신부님들께 일일이 사인을 한 세 권의 책을 '택배'로 보내 드리는 일을 했다. 그리고 대전과 천안 등 교구내 도시 성당들부터 찾아가서 책 파는 일을 하고 있다.


▲ 신앙문집 판매에 앞서 아내와 함께 / 지난 9-10일, 대전 정림동성당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묵으며 이틀에 걸쳐 미사 후에 책 판매를 했다. 퇴원 후 40일이 지났을 때지만, 내 모습은 병색이 완연하고 초췌하다.  
ⓒ 지요하  신앙문집

그러니 나는 매주 수많은 타 본당 신자들과 만나고, 주일마다 우리 본당 신부님이 아닌 타 본당 신부님들을 뵙는 셈이다. 교구내 신부님들은 구면인 분들도 있고 초면인 분들도 있다. 거의 매일 뵙는 우리 본당 신부님 외로 타 본당 신부님들을 매주 뵙는다는 것도 사실은 특별한 일이고, 내 환갑 해를 의미 있게 장식해 주는 일이다.

나는 요즘 주일마다 타 지역 성당에 가서 성당 구경도 하고, 미사를 지내고, 강론 시간이나 공지사항 발표 시간에 신자들과 말씀을 나누고, 신부님 회장님들과 점심식사도 하는 것을 정말 특별한 일로,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평신도 처지에서 나만큼 사제님들을 많이 뵙는 사람도 드물 거라는 생각도 한다. 한 시절을 살면서 사제님들을 많이 뵙는 것도 알게 모르게 내 영성이나 영혼을 풍성케 하는 복된 일이라는 생각인데, 천주교 신자로서 귀인 중에서도 귀인으로 여기는 사제님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기쁜 일이다.


▲ 모녀가 함께 / 9-10일 대전 정림동성당에서의 책 판매 작업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 딸도 손을 보태주었다. 하룻밤을 묵게 된 연유로 다른 봉사자들은 참여하지 못해 '가족행사'가 되었다. 현수막과 유니폼을 깜빡 잊은 탓에 정림동성당 신자 분들이 급히 어깨띠를 만들어 주었다.  
ⓒ 지요하  신앙문집

나는 요즘 요한 마리아 비안네(1786∼1859년) 성인이 가톨릭 교회의 저 바다와 같은 '말씀의 창고' 안에 남겨 놓으신 말씀 한가지를 자주 떠올린다. 비안네 성인은 프랑스 리옹 출신 신부로서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성인품에 오르고, 1929년 '본당 신부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신 분이다. 사제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도 어려운 과정을 거쳤던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길에서 사제와 천사를 만난다면 나는 사제께 먼저 인사할 것이다. 천사는 심부름꾼에 불과하지만, 사제는 매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길에서 사제와 성모님을 만난다면 나는 사제께 먼저 인사할 것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한 번 낳으셨지만, 사제는 매일같이 예수님을 낳으시기 때문이다."


2008.08.29 09:3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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