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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5일 야곱의 우물- 루카 5, 33-39 묵상/ 촛불소녀들_새 감각과 새 정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5 조회수570 추천수4 반대(0) 신고
촛불소녀들-새 감각과 새 정신

그때에 바리사이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또 비유를 말씀하셨다.
 
“아무도 새 옷에서 조각을 찢어 내어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옷을 찢을 뿐만 아니라, 새 옷에서 찢어 낸 조각이 헌 옷에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
(루카 5,33-­39)
 
 
 
 
◆지난 5월 이후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촛불의 뜨거운 열기는 올바른 시민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통쾌한 표징이었다. 그런데 이 촛불을 처음으로 점화시킨 장본인은 알다시피 10대들이었다.
필자도 5월에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그날은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지 일주일 되던 날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촛불지킴이는 10대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나이 든 아저씨가 자신들 틈에 끼어 어색한 투로 구호를 따라 복창하는 모습에 호감이 갔던지 한 소녀가 내 손에 촛불을 건네주었다. 말없이 작은 미소와 함께 오간 이 짧은 순간의 통교는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언젠가 옛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배움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처음에는 인생의 선배들한테서 그들이 전승받은 지혜를 배우고, 두 번째는 동년배들 사이에 서로 겨루면서 배우고, 마지막으로는 후배들한테서 새로운 감수성과 통찰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릇 배움이란 이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때라야 무르익게 된다는 것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교훈을 확증해 준다. ‘가려져 있던 진리’, 곧 동일한 진리의 보다 심층적인 차원은 ‘새로운 감수성’에 의해 포착되기 마련이다.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문자나 주고받는 철부지로만 보였던 어린 세대들이 그들만의 소통매체로서 그 거대한 촛불의 군중을 만들어 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들이 처음으로 제기한 문제를 통해서 우리의 ‘눈과 귀’도 열리게 되었다. 그에 맞물려 생명권이야말로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진리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낡은 부대에 안주해 새 포도주 맛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험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들지만, 그것에만 매일 경우 ‘경험이 사람을 우둔하게 만든다.’는 격언이 들어맞는 말이다.
이종진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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