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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4 조회수5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 윤경재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루카 5,1-11)




  요사이 불교계에서 종교 간 차별에 항의하여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몇몇 개신교 목사와 개신교 신자인 정부 측 인사들이 장로인 대통령이 집권한 기회를 틈타 타 종교를 모독하거나 타 종교인을 업신여기는 작태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가톨릭 신자가 95%가 넘는 국가인 필립핀에도 개신교를 선교하러 목사와 선교사를 파견하였습니다.


  어느 목사는 공공연히 “개신교를 믿는 국가는 잘 살고 불교를 믿는 국가는 못산다.”라고 망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목사는 “스님들이 예수를 고백하고 회개해야 된다.” 라고 하였답니다. 또 “가톨릭은 마리아 종교니 우상 숭배하는 종교이다.”라고 무식한 소리를 예배 때 설교한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이슬람 국가인 아프카니스탄에서 입국 목적과 어긋나게 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불행하게 납치되는 사건도 벌어졌었습니다. 귀중한 생명을 잃고 국가의 명예를 추락시킨 안타까운 일이었으며 국민들에게 큰 지탄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 말씀을 선교하는 데 적극이어서 칭찬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잘 못된 처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그들의 주장인 “믿으면 천당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라는 구호를 살펴보면 지나치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이 땅에 개신교가 들어 온 것은 길어 봐야 200년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 역사인 5000년에서 200년 전 선조는 모두 지옥에 가야하고 지옥에 있다는 논리가 되는 것입니다. 단지 예수님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에 가야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양보해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심판과 구원은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인간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인간은 그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일을 하고 그분의 자애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인간이 어떤 자격을 부여하고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 간에도 종교가 다르다고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원수처럼 지내는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선교 사명을 베드로에게 주셨습니다. 이 구절에서 루카 저자는 아주 사려 깊게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루카는 사람을 낚는다는 말에 굳이 zogreo 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 뜻은 “죽이지 않고 산 채로 잡는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보통 물고기를 잡는 것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기에 그 때는 agra 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물에서 사는 물고기를 물이라는 환경에서 끄집어내면 모두 생명을 잃게 됩니다. 물고기를 살리려면 물에 살게 놔두어야 합니다. 우리 생각에 더 아름답고 깨끗한 뭍의 공기를 호흡하고 구경하라고 꺼내 놓으면 그 물고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온 환경과 사회라는 물이 다릅니다. 물이 다른데 그 물이 나쁘다고 다른 곳에서 살라고 억지를 부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인간은 스스로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며 자신의 몫입니다.


  인간의 종교를 하느님의 눈으로는 어떻게 보실지 우리가 판단해야 할 영역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생명이 귀하다는 것이며 내 생명이 귀한만큼 이웃의 생명도 귀하다는 것입니다. 이웃 사랑의 계명도 바로 여기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생명을 해롭게 하는 명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상대의 생명을 지켜 주어야 참다운 선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된 선교는 먼저 크리스찬이 크리스찬 답게 사는 일입니다. 신앙 따로 생활 따로 살면 외교인들은 손가락질부터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가 이미 들어와 있다고 선포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하느님나라를 사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참된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나라를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 외교인들은 저절로 우리의 생활 모습을 보고 크리스찬 공동체에 들어오고자 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참된 선교의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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