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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67 - 신화의 땅 ‘카즈베기’에 가다 (카즈베기/조지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09-20 조회수2,536 추천수1 반대(0) 신고

 

조지아’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이다 보니

서유럽 보다 경제적인 발전에서 다소 뒤떨어져서 그런지

아직은 개발이 덜된, 혹은 정리가 덜 된 듯한 소박함과 친근감 느껴지는 곳이다, 

그렇다고 지저분하다 거나 낙후되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조지아’는 나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역사 유적들이 있고 또 도시들도 서유럽이나 북유럽과는 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조지아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래서 이번 여행은 도시가 아닌 자연 풍경 속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

 

트빌리시’ 몇 일 보낸 후 다음으로 찾은 곳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스테판츠민다’로 

‘카즈베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신神들의 세계에게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네 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제우스의 분노를 사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인 체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가 묶여 있었던 산이 바로 카즈베기에 있다.

지금 찾아가려 해도 험준한 산들을 여러 개 넘어야 할 만큼 문명과는 떨어져 있는 곳이건만

교통이나 통신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그 옛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정도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엄청 유명했던 곳이었음이 분명하다.

 

트빌리시에서 카즈베로 가는 대중 교통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객들은 보통 SUV 차량인 ‘쉐어 택시’를 이용하는데

그 이유는 대중교통에 비해서 다소 비싸긴 하지만

가는 도중 경치 좋기로 유명한 “우정의 탑”과 다른 곳 한 두 군데를 들렸다 가기 때문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출발하는 시간이나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좌석 수만큼 인원이 다 채워져야 출발하다 보니 운이 나쁘면 기약도 없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빨리 출발하고 싶다면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인원 수만큼의 요금을 대신 지불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메트로(전철)에서 내려 ‘쉐어 택시 터미널’로 갔더니

입구로 들어서자 마자 많은 호객 꾼 중의 한 명이 바로 따라붙는다, 

누가 봐도 내 행색은 외국인 여행객이고 이곳이 왔다는 것은

열이면 아홉은 카즈베기로 가려는 것일 테니 당연한 일이다.

미리 검색해본 인터넷에 ‘정해진 요금이 없기 때문에 흥정을 잘 해야 한다’면서 적정한 요금이 나와 있었는데

처음부터 바로 그 “적정한 요금”을 제시한다. 

번거롭게 흥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차 상태가 너무 나쁘지만 않다면 이용할 요량으로 그를 따라가니

일부러 한국 사람만 모으려고 했을 리는 없는데

멀리서 봐도 딱 한국 사람들 몇 명이 이미 모여 있다. 

여행은 다니다 보면 어딜 가나 한국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껴진다. 

많기로 치면 중국 사람들을 따라 갈수 없지만

조지아’처럼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 곳, 

그래서 단체 관광객 보다는 자유여행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에서는

중국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실제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 여행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지아에서도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을 만났었다.

물론 전부가 자유여행객(배낭여행객)이었다.

 

 

  

 

 

 

 

  

 

 

 

택시가 트빌리시 시내를 빠져나와 처음 멈춘 곳은 큰 호숫가에 있는 오래된 작은 성당이었다, 

역사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자체도 그렇고 주위 풍경도 그렇고 솔직히 가는 길에 차를 세웠으니 봤지

결코 일부러 찾아갈 만하지는 않았다. 

그 만큼 조지아에는 멋진 성당, 멋진 풍경들이 많다. 

두 번째로 멈춘 곳은 그 유명한 ‘우정의 탑’이다, 

오래 전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기념(혹은 기원)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는데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를 그리 좋지 않다 보니 이제는 관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신세가 되었다.

사실 가즈베기로 가는 길에 우정에 탑들 들렸다 가는 것은

탑 자체가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그 풍경 때문으로

도착하자마자 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요금을 더 내면서까지 택시를 이용하는지 단박에 알았다.

도로 쪽에서 보면 평지와 이어진 낮은 언덕위에 탑이 있지만

탑으로 가서 보면 반대편으로 깎아지는 듯한 높은 낭떠러지기 계곡이 바로 발 아래 있고

그 앞쪽으로는 구름을 걸친 높은 산들이 그림처럼 솟아 있다, 

그리고 계곡의 바람을 이용해 공중에서 천천히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더가

그렇지 않아도 그림 같은 풍경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회색 빛이었던 하늘 대신

쨍’한 파란 하늘이었다면 더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꼭 다시 한번 들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생각은 카즈베기에서 몇 일 보낸 후 ‘굳이 다시 들려야 할 필요가 없다 ’로 바뀌었다. 

우정의 탑에서 보는 풍경은 카즈베기에서 보게 될 풍경과 비교해서 그닥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카즈베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우정의 탑의 풍경보다 극적으로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분위기인 데다가 카즈베기쪽이 좀더 났고 다양하기도 하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갈 때는 택시를 이용해 우정의 탑에서 시간을 보내고

트빌리시로 돌아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굳이 한번 더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게다. 


남보다 확실하게 뛰어나거나 다르지 않은 이상 주목받기 힘든 것은

사람이나 자연이나 마찬가지 인가 보다.

고만 고만한 우리들은 대부분 남들과 확실하게 다르지도 않고 뛰어나지도 않건만

확실하게 다르기 위해, 그리고 훨씬 뛰어나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하는지? 

그것이 자기 만족을 위해서 일수도 있고 주위의 기대 때문 일수도 있고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만 고만한 우리들일지라도

각자에게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며

주목받지 않는 인생이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자주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는 것이며

특히나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나자신이 특별하지도 소중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면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우정의 탑을 들리고 나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굽이 굽이 산을 넘어간다, 

산새가 우리나라와 다른데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응달 진 계곡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새 하얀 눈들이

초록색 초지와 어우러져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굽이 굽이 산길을 넘고 돌아 카즈베기에 도착해서의 첫 느낌은 

‘이래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했구나!’였다

한눈에 들어온 카즈베기는 그림 같이 멋진 산들로 둘러 싸여 있고

중간에 제법 큰 계곡물이 흐르는 작은 마을로

뒤쪽으로는 오랜 세월의 풍화 작용으로 멋지게 만들어진

거대하고 가파른 바위산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나 지질학적이 특성 때문인지 비슷하지만 다양한 색들이 채 녹지 않고

골짜기 사이 사이에 남아 있는 하얀색 눈들과 더불어 흘러가다 산자락에 걸리는 흰 구름들이 어우러져

바위산임에도 불구하고 황량함이나 삭막함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과 더불어 독특하다 못해 “신비감”마저 뿜어 내고 있다.

그 맞은편에 있는 산은 바위산과는 다르게 구름을 머리에 이고 푸른 빛과 초록빛이고

특히나 가장 눈에 잘 띄는 중간쯤 봉우리 위에 돌로 지은 오래된 성당이 자리 잡고 있어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내가 직접 산에 오른 적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여행을 다니면서 곳곳에 있는 많은 산들을 보았건만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하고 신비로운 풍경의 산을 본적이 없는 듯하다.

이곳에 와서 보니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이 이곳에서 나왔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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