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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상기님의 둥둥 북소리 78
작성자김명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1 조회수4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의 묵상입니다. [연중 제4주일]

<예수님께서는 권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ㄴ-28

〔카파르나움 마을에서〕, 21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22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23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24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25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26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27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28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곧바로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복음은 연중 제1주간 화요일(1/13) 복음과 동일한 복음입니다. 지난 묵상에서는 '권위'에 중점을 두고 묵상하였으므로 오늘은 '더러운 영'에 중점을 두고 묵상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렇게 복음 선정이 중복되는 것은 주일 복음은 주일 복음대로, 주간 복음은 주간 복음대로 따로 따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이렇게 중복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첫 복음을 선포하시는 장면입니다. 마르코복음서 기자는 오늘 첫 복음 선포를 통하여 예수님이 민중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는 이유를, 또는 복음서를 기술한 목적을 함축하여 저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마르코복음서 기자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하심을 보고 우리 속에 있는 ‘더러운 영’을 전부 쫒아 내라는 당부를 첫 말씀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르코복음서에서 첫 말씀이 ‘더러운 영’을 내 쫒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가 태생된 목적은 인류의 구원에 있으며 인류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비를 실천해야 하고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더러운 영’을 쫒아내야 합니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말씀을 이해하고 모든 말씀은 지금 어느 부분을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를 묵상해야 말씀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당에 모인 사람은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그 중에는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회당을 요즘의 교회로 생각하면 지금 교회 안에도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들이 뻔뻔하게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벌써 오래 되었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개인 사무실을 오픈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어느 분이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교회에 다녀야 한다며 입교를 권유하였습니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는 신자수도 많은 대형 교회이므로 사업하는 교우들이 많이 있으며 교회에서 중책을 맡고 있으므로 교우들을 많이 소개해 주겠다며 사업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런 치사한 목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게 거래처를 확보하여 좋은 관계를 가진 분들이 거래처를 옮겨야 하겠다는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왜 옮기려고 하는지를 물어보면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교우 분에게 옮겨야 하므로 양해를 해 달라는 얘기를 그동안 몇 번씩 들어야 했습니다. 사업에 도움이 될까하여,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교회의 인맥을 이용하려고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그런 사람들이 ‘더러운 영’에 걸려서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그런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들을 치유해 주었습니다. 저희 본당의 경우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부님께서는 강론도 교우들의 눈치를 보며 강론을 해야 합니다. 시사성이 있는 사회 현실 문제를 언급하면 교우들과 불화가 생기므로 강론도 소신대로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언젠가는 강론을 하시며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도도 아니다 하시며 나는 오직 예수님파라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의 강론내용이 자신들의 성향과 조금만 달라도 뒷소리가 무성합니다. 사제 서품을 받으신지 35년이 되시는 신부님도 이토록 교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떤 신부님이 오셔도 소신대로 강론을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교우들의 눈치를 보느라 신부님도 소신대로 강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오늘 예수님처럼 권위를 가지고 저희들 속에 있는 ‘더러운 영’을 쫒아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가 변해도 지금 수십 번은 변해야 옳고 지금 우리 사회는 길거리로 쫒겨나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오로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사람만 교회에 남아 있으라면 교회에 남아 있을 교우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고 교회의 존립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교회의 존립을 위해서도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다른 모습의 교회가 되어야 교회는 존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러운 영’들은 오늘 예수님께 두 가지를 항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요즘 버전으로 옮기면 교회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만 잘 섬기며 우리들의 소원이나 빌어주면 되는 곳이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교회는 우리들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교회는 교회일이나 잘 챙기고 사회 현실 문제에 대하여는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더러운 영’들은 이 땅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더러운 영’들은 또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면 지금의 가진 자들은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마르 10,25) 하셨으므로 하루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서는 살 수 없어야 합니다. 근로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폭리를 취하고, 부동산투기를 하고, 탈세를 하고, 조상덕에 호의호식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려고 국민들을 속이는 등 가진 못된 짓을 다하여 그들만의 딴 세계를 살아가는 그들의 생각으로는 하느님의 나라는 그들의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지금의 교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 것이며 그들은 오늘도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하며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예배를 드릴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더러운 영’에 감염되어 있으므로 오늘은 주님의 성체로 ‘더러운 영’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성체를 모시겠습니다.

대자대비 하신 아빠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은 오늘 더러운 영을 회당에서 쫒아 냈습니다.
저희 속에 있는 더러운 영을 쫒아 내 주시기를 기도하며 주님의 성체를 모시겠습니다.
그리하여 저희와 저희 교회가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성령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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