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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 무슨 말씀을 드릴 것인가?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5 조회수597 추천수1 반대(0) 신고
 교회 모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불평은 전례예절이 너무나 지루하고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미사 집행 사제는 죄인처럼 앞으로 불려나와서 정식으로 신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착 가라 앉은 목소리로 아무 감동도 주지 않고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강론을 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사제로서 나는 이 비난을 가끔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늘은 대부분의 전례시간이 미지근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고 지루하다는 것을 잘 안다.
신자들은 특권이라는 생각을 갖고 전례의식에 참례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의무 때문에 마지못해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잘못이 있다면 사제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미사에 참례하면서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신자들의 잘못일 뿐이다.
전례의식이 항상 흥분되고 활기가 있어야 하고 열정적인 의식이 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미사 집전 사제는 열정적이고 흥분되는 예식을 집전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없다.
 
 먼저 모든 전례의식이 열정적이고 활기 있고 차원이 높을 수는 없다. 또 그래서는 안 된다.
훌륭한 전례의식은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집전하는 것이다.
참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리듬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정의대로라면
훌륭한 기도는 “하느님에게로 생각과 마음을 받들어 올려 바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문제가 갑자기 복잡해진다.
사람들의 기분은 좋다가도 갑자기 나빠지는 등 종잡을 수가 없다.
열정적이고 쾌활하고 기쁨이 넘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차갑고 무미건조하고 피곤하고 고통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성공적으로 첫걸음을 내딛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기도가 하느님께 생각과 마음을 받들어 올려 바치는 것이라면
최소한 그 시간 동안에는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고
하느님의 몸으로 자양을 섭취하기 위하여 전례의식에 모인다. 
공동체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구체화되고 성체성사로 하느님의 몸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도 무언가를 가져간다. 미사집전 사제의 역할은 하느님께 바칠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사제의 역할은 우리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것을 함께 모아
향(香)이 하늘로 올라가듯 위로 향하게 하여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훌륭한 미사 집전 사제는 반드시 가장 활기 있고 정열적인 의식을 집행하는 신부도 아니고
가장 훌륭한 강론을 하는 신부도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미사참례를 방해할 수도 있다.
정열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너무나 지쳐 녹초가 되어 있고
기분이 좋지 않고 지루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속죄의 기쁨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존경을 받지 못할 수가 있다.
 
 가장 훌륭한 미사 집전 신부는 레이더 화면(radar screen)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즉 빵과 포도주만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져온 모든 것 즉 피곤함, 숙취(宿醉),
상처, 감정적 성(性)적인 문제들, 지루함도 들어올려 바치는 사람이다.
결국 미사집전 사제는 신자들이 미사에 가져 온 것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을 중심으로 의식을 집전해야 하는가? 행복한 사람? 지쳐있는 사람? 쾌활한 사람?
초조해 하는 사람? 지루해 하는 사람? 숙취한 사람? 불안한 사람? 기도하듯 주의 깊은 사람?
감정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 어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생각으로는 모두 함께 모아서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가져온 것을 그대로 바쳐야지 사제가 좋아하는 것을 바치면 안 된다.
 
  미사에 참례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당신의 모습 그대로 오십시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기도하십시오.
그것을 말씀드리십시오.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당신의 기쁨, 절망, 상처, 피곤함, 지루함 등 모든 것을 말씀 드리십시오.
 
 어느 안식일 날에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다가 그만 깜박하여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 유대인 농부가 있었다.
그는 다음 날도 해가 질 때까지 집에 돌아 오지 못하였다.
그가 집에 돌아오자 마자 불안해 하던 랍비가 그의 부주의를 꾸짖었다.
랍비가 그 농부에게 물었다.
“하루 종일 밭에서 무엇을 했소? 기도라도 한 거요?
농부가 대답했다.
“랍비여,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오. 나는 제대로 기도할 줄을 모르오.
나는 하루 종일 알파베트만 암송하고 하느님께서 손수 단어를 만드시도록 했소.
(롤하이저 신부님의 묵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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