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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순한 삶 - 9.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9-02 조회수463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1.9.2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콜로1,15-20 루카5,33-39

 

 

 

 

 

단순한 삶

 

 

 

오늘은 ‘단순한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저희 요셉 수도원을 찾는 외국 수도자들의 우선적인 느낌은

단순한 삶(simple life)이라 합니다.

꾸밈이 없고 가식이 없는 단순한 삶 자체가

우리 수도승들에게 최고의 자산입니다.

 

늘 봐도 새롭고 좋은, 결코 지루한 줄 모르는 단순한 삶이요,

이런 삶을 대할 때 저절로 마음은 무장해제 되어 편안해 집니다.

인위에서 멀어져 자연에 가까운 삶이 단순한 삶입니다.

모든 성인들의 공통적인 특징도 단순함에 있습니다.

 

단순함은 깊이입니다.

단순함은 지혜입니다.

단순함은 아름다움입니다.

단순함은 깨어있음입니다.

단순함은 충만함입니다.

단순함은 자연이요 자유입니다.

단순한 삶이 가장 인간적인 행복한 삶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갈수록 단순하고 질서 잡힌 삶이요

하느님께 멀어질수록 복잡하고 무질서한 삶입니다.

때로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때

저절로 하늘을 보게 되고 마음도 홀가분해짐을 느낄 것입니다.

하늘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는 사람들이요

바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보편적 갈망을 봅니다.

하늘을 잊고 땅의 현실에만 몰두하다 보니 길 잃어 복잡하고 혼란한 삶입니다.

 

 

우리 분도회의 단순한 삶을 특징짓는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모토입니다.

하늘과 땅의 통합을 추구하는 단순한 수도승 삶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목운동의 영성’이라 합니다.

‘기도하고 일하고’

‘하늘 보고 땅 보고’

‘하느님보고 사람보고’

‘관상하고 활동하고’

이 우선 순위를 지키며

하늘과 땅이 통합된 삶을 살 때 단순한 삶이요

지혜로운 삶이요 충만한 삶입니다.

 

환상을 꿰뚫어 실재를, 부수적인 것들을 꿰뚫어 본질을 직시하는

분별의 지혜를 지닙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바로 단순한 삶이 지혜임이 잘 드러납니다.

부수적인 덕목인 단식을 절대화 하여 삶의 실재를, 본질을 망각한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입니다.

신학 지식은 많아도 지혜의 눈이 없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그들도 단식을 할 것이다.”

 

시도 때도 없는 단식이 아니라 단식의 때에 단식할 것이고

지금은 혼인잔치와도 같은 때이니

이 삶의 축제를 즐기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창백한 고행자도 율법주의자도 아니었습니다.

때를 아는 분별의 지혜를 지닌 현자였습니다.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부대가 상징하는바 단순하고 지혜로운,

주변에 활짝 열려있는 새 마음을 뜻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신축성 있고 유연성 있게 새로운 현실을 받아드려

고해의 삶이 아닌 축제의 삶을 산 주님이셨습니다.

 

새 마음의 부대에 담겨지는 새 땅, 새 하늘의 포도주입니다.

저절로 단순 소박한 삶이 아닙니다.

단순 소박한 삶 역시 능력이요 내공의 결과입니다.

 

보기는 좋아도 아무나 살 수 없는 단순 소박한 삶이요

이 또한 끊임없는 수련을 필요로 합니다.

 

평생 매일 끊임없는 우리의 기도와 노동의 수행은 그대로 단순함의 수련입니다.

 

특히 단순함의 수련에 미사와 시편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오늘 1독서 콜로새서의 ‘그리스도 찬가’는

우리 교회의 수도승들이 2000 여 년 동안

매 수요 저녁 성무일도 때마다 불러온 찬미가입니다.

 

우리는 매 아침성무일도 두 번째 부분은 구약의 ‘하느님 찬미가’를 부르고

매 저녁 성무일도 세 번째 부분은 신약 서간의 ‘그리스도 찬미가’를 부르니

교회의 유구한 찬미 전통이 참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영광스럽게도 이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도록 하셨습니다.

 

참으로 웅장하고 원대하면서 모두를 포괄하는 우주적 그리스도입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인 것 같지만

모든 것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향해 존재하는 참 단순하고 질서 잡힌,

충만한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은혜로운 찬미가를 고백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기도로 바칠 때

저절로 단순한 삶, 지혜로운 삶, 충만한 삶입니다.

 

하느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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