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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이 영원이다. - 2013.5.9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9 조회수463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5.9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사도18,1-8 요한16,16-20

 


오늘이 영원이다.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기쁨’

 


오늘 복음의 소제목에서 떠오르는 주제가 삶의 리듬입니다.

이별과 재회,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어둠과 빛,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며 흐르는 강 같은 우리의 삶입니다.

 

하루하루가 영원입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자 선물입니다.
믿음의 눈에는 분명 그렇습니다.
또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봄은 지나도 여름으로 연결되고 여름은 가을로, 가을은 겨울로 연결됩니다.
텅 빈 충만의 겨울 산이 신록으로 우거져 꽉 채워지니 숨 막힐 듯합니다.

왜 옛 수도승들이 텅 빈 사막을 찾았고, 텅 빈 겨울을 좋아했는지 깨닫습니다.

 

그러나 삶은 흐름이자 리듬입니다.
꽉 채워진 신록의 생명도 겨울이 되면 텅 빈 충만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 삶도 똑같습니다.
결코 비약이나 도약은 없습니다.

어제의 과거는 오늘의 현재로 오늘의 현재는 내일의 미래로 연결됩니다.
하여 어제를 보면 오늘을 알 수 있고 오늘을 보면 또 내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항구한 믿음의 사람들을 대하면
끊임없이 성장하는 하느님의 나무 들 같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하느님의 살아있는 산맥들 같고,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들처럼 느껴집니다.

 

26년 동안 자란 수도원 경내의 나무들이 그대로 우리의 내적성장을 상징합니다. 세월 지나 아무 것도 남는 것 없는 허무의 삶 같은 데
잘 들여다보면 커다란 믿음의 나무처럼 내적으로 성장한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이게 언제나 제자리의 영원을 사는 정주생활의 축복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세월이 흐르는 모습이 보이고,
감정이 흐르는 모습도, 젊음에서 노년으로 늙어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영원한 오늘, 영원한 현재의 제자리 삶입니다.

어느 분의 ‘오늘’은 ‘오!…늘’이란 우리 말 풀이도 신선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영원임을 함축한 말입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지나고 나면 긴 세월 같아도 조금임을 깨닫습니다.
영원의 자리에서 보면 모두가 눈 깜짝할 순간입니다.

영원의 제자리에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조망하는 예수님이십니다.
새삼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기쁨은 삶의 리듬임을 깨닫습니다.

죽음의 슬픔이 부활의 기쁨으로 활짝 꽃 피어난 부활시기입니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삶은 흐름이자 과정입니다.
슬픔과 기쁨에, 절망과 희망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정주하여 거리를 두고 흐름을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가 전부인양 거기에 빠져버리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다 지나지만 하느님 안 초월의 거점에 자리하여
깊고 넓은 하느님 시야를 확보할 때
바로 지금 여기가 영원한 현재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선교활동이 불가사의입니다.

그 허약한 몸으로 파란만장한 삶에도 지칠 줄 모르는 선교열정은
바로 하느님 안에 깊이 뿌리내린 정주의 삶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영원한 현재를 살았던 바오로였습니다.

 

바오로의 삶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직업은 둘입니다.
하나는 주업인 하느님을 섬기고 말씀을 전파하는 일이요,
하나는 생업인 천막을 만드는 일입니다.

 

손수 천막을 만드는 생업을 갖고 말씀 전파의 주업에 전념했던 바오로처럼,
우리 정주수도승들도 하느님을 찾는 일의 주업에다
각자 소임의 생업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매일미사가
그대로 하느님의 살아있는 은총의 강처럼 느껴집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찾아오셔서
위로와 평화와 힘을 주시어 영원한 오늘을 충실히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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