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30 조회수537 추천수4 반대(0) 신고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마태 25,14-30)

-유광수 신부-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하늘 나라를 어떤 사람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달란트를 주고 떠났다가 돌아와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이익을 남겼는가에 따라서 보상을 해주는 이야기이다. 얼핏 들으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느냐에 따른 보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에서 포상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달란트를 많이 받은 사람이 더 유익하고 덜 받은 사람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리고 일반 사회에서처럼 성과에 다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방법이야 어떻게 되든 많은 이익만 남기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이익을 남기면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가난하면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즉 얼마나 많은 물질적인 부를 누리느냐에 따라서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았다든지 아니면 축복을 받지 못하였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과연 그런 뜻인가? 아니다.
 
그러면 달란트란 무엇인가? 우선 달란트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달란트란 그 사람의 어떤 능력이나 재물의 축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복음에 이어서 나오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사랑의 행위를 말한다. 사랑은 하느님의 재산이다. 따라서 가난한 이웃에게 베푸는 나의 사랑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요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이웃에게 베풀어야할 사랑을 말한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이방인이었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4-36)라고 말한 사랑이다.

 

아무리 재능이 탁월해서 많은 일을 하고 그래서 많은 일을 했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성 바오로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들어 보자.

 

"내가 이제 가장 좋은 길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희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코전13, 1-3)

 

 

오늘 복음은 세 가지 시간대를 말하고 있다. 즉 과거는 우리가 달란트를 받은 시간이고, 현재는 우리가 받은 달란트를 사용하는 시간이고, 미래는 우리가 사용한 달란트에 대한 셈에 따라서 상을 받는 시간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지 하느님께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내가 달란트를 사용한 것에 대한 셈만 하실 뿐이다. 미래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사용한 것에 대한 평가일뿐 다른 것을 가지고 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왜 이런 이야기를 비유로 말씀하시는 것일까? 오늘 우리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은 지금 내가 달란트를 사용하지 않거나 아니면 잘못 사용하고 있다면 마지막 날까지 가지 말고 지금 교정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심판날에 가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미리 가르쳐 주시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차 심판날에 예수님께서 어떤 문제를 내실 것인지를 미리 알려 주시는 것이고 그 때의 시험 답안지인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랑은 하나도 실천하지 않고 믿기만 하면 성당에만 왔다 갔다하면 죽음 후에 천국 즉 하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런 신앙생활은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의 생각과 같이 잘못된 신앙생활이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물러 가서 주인님의 달란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내 돈을 대금업자들에게 맡겼어야지,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에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 하느님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분이 아니시다. 우리가 그 어떤 사랑도 실천하지 않고 하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바로 한 달란트를 받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우리는 각자 자기가 받은 달란트만큼 사랑을 실천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많이 실천할 수 있는 좋은 환경, 좋은 자리에 있어서 많은 사랑을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랑은 활동 범위가 좁고 또 여건이 여의치 못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기 능력껏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 달란트를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두 달란트를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한 달란트만큼 사랑을 실천하면 된다. 문제는 자기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얼마나 사랑으로 실천하였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지 일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으로 하였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그것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그것을 얻을 것이다. "(마태 16,24-25) 라는 말씀이 바로 구체적으로 오늘의 말씀을 이야기 한 것이다.

 

사랑은 다른 이에게 자기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다. 하느님의 재산인 사랑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해야 할 일이고 그 사랑은 지금 여기에서 실천되어져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이 다음에 주님 앞에 서게 될 때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는 축복된 말을 듣게 되리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