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펌 - (7) 호랑이 새끼는 가죽 땜시?!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8 조회수465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3년12월17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ㅡ창세기49,1-2.8-10;마태오1,1-17ㅡ

 

  (7) 호랑이 새끼는 가죽 땜시?!

                      이순의


ㅡ주신 몫ㅡ

영화 황산벌을 보고 나오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실컷 웃느라고 얼굴들이 화기애애한데 나는 우느라고 눈퉁이가 밤탱이 되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나오면서도 울고 걸어가면서도 울고 버스 속에서도 울고 집에 와서도 울었다. 영화로 각색된 이야기 이지만 계백과 김유신의 관계는 이미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 있는 과거의 기록이다. 영화의 주인공과 배경을 이승이라고 볼 때 그 영화를 제작한 감독을 하느님으로 설정을 하고 관객이 되다 보니 미어지는 마음을 주체 할 길이 없었다.

 

제작자가 정한 계백의 삶은 이미 준비된 죽음이고 김유신의 삶은 이미 승리의 삶인 것이다. 그걸 모르는 계백과 김유신은 머리를 짜고 또 짜며 생존과 승리를 향해 별별 수단과 방법을 다해 나아간다. 한 사람은 죽기로 하고 살고자 함이며, 한 사람은 죽는 걸 두려워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 두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백성의 위치에서 보면 무지렁이 삶을 사는 데는 계백이 이기든 김유신이 이기든 별반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해 뜨면 일어나 일하고 해 지면 잠자면 되는.


오히려 계백과 김유신 때문에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하고 공출까지 당해야 하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냥 조용히 땅이나 파먹고 살면 그리 큰 고통이나 절망은 없을지 싶은데 인생여정이 그렇지가 않게 되었다. 계백이 때문도 유신이 때문도 아닌 각각 자신들의 역할이 존재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고 또한 최선을 다 해야만 한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역할이 아니라 화면에 나오지 않은 백성이라도 백성이 있었기 때문에 군사도 모으고 식량도 비축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이 내 주변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세상을 알고, 아는 만큼만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여 지는 화면은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경험 할 수 있는 폭의 한계가 한정되어 있지만, 그 뒤에는 수억의 돈과 수백에서 수천의 사람들이 제작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또 그 보다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영화감독 한 사람의 손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손에는 무엇이 존재 하겠는가?! 천주 존재라는 교리강령을 굳이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만민의 아버지임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의 눈물을 더욱 절절하게 바꿔 버리는 절정의 순간은 모성이었다. 계백의 아내! 세상의 권위에 충직한 장군 계백이 죽고자 싸우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그도 두려운 건 있었던 것 같다. 자신 때문에 고생만고생만 하며 살아온 가족들이 자기가 없는 세상에서 극한의 고통을 당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용납이 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놈의 피 비린내 나는 세상에서 고생보다도 더 치욕스런 패자의 능욕을 당하게 하느니 황천에 가서라도 함께 살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군의 아내는 절규한다.

       "이 썩을놈아.

        호랭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기여."

누가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가?

그 가죽과 이름이 존재의 가치보다 중요 했더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영화에 나온 배우들은 감독의 지시 하에 길게도 살고 짧게도 살며 멋지게도 살고 비굴하게도 살고 있지 않은가? 배우가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좋은 역할만 원한다면 그 배우는 더 이상 그 감독의 품에 머물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인생이 기쁨이라 한들 기쁨이 아니요, 슬픔이라 한들 슬픔이 아니지 않은가?! 주님 친히 나의 몫을 주시고! 나의 삶을 인도 하시고! 나를 거두실 것이 아닌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지  않겠는가?!!!!!!!


나는 나에게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게 살아서 나 같은 둔재도 배역으로 삼아 한생의 몫을 부여해 주신 주님의 영화가 잘 만들어 지기를 바라고 성공을 해서 흥행까지 이루시기를 빌어야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주신 삶에 감사하기보다 힘들다고 힘이 들다하고 투정을 부렸던 내 자신의 작은 그릇을 보면서, 엑스트라라도 감사할 줄 모르는 망나니 배우를 아직 쫓아내 버리지 않으신 영원한 감독, 아버지 하느님께 드릴 것이 눈물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의 복음은 주님이 오시기 위한 계보를 열거 하고 계신다. 구약을 통해 이스라엘이 저지른 수 없이 많은 잘못들을 보면서 ㅡ그럼에도 불구하고ㅡ 야훼 하느님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지금 조상들을 통해 주님께서 곧 탄생하실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계신다. 당신 친히 이 곡절 많은 세상에 오셔서 피를 흘리셔야만 하는 한생의 처절한 배역을 몫으로 살기 위해서!

 

어서 오소서. 나의 위로여!

오셔서 영광누리시고 흥행하셔서 돈도 많이 벌고, 어려운 단역의 삶을 열심히 사는 배우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은 대로 많이많이 팍팍팍 나누어 주소서.

ㅡ아멘ㅡ

   

헤헤헤~~~~~~  히히히~~~~~

 

스틸이미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