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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존재의 신비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2 조회수463 추천수6 반대(0) 신고

존재의 신비

예수님,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실패를 겸손히 받아들일 때

마음에 감싸이지 않는 사건이나

허전한 기분

슬픔과 절망에 직면할 때

저는 문득

제 생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신으로 말미암아 산다고 하는

존재의 신비를 깨닫습니다.

이런 때는

홀로

당신 앞에 섭니다.

아무 말 없이

이 체험만큼

깊고 또 개인적인 것은

달리 없을 듯합니다.

 

주님,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처럼 쉽사리 잃고

또 이처럼 빨리 지나가버리는

그러면서도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크나큰 약속을

잉태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신비의 늪을 뛰어넘어

피안으로 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얽매이는 가느다란 실오라기가

끊기기는

또 얼마나 쉽고

예측하기 어려운 겁니까?

하지만 저는

이 인생의 외곽에서

영원히 닻을 내린 것마냥

태연스레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얄팍한 마음의 거울을 살짝 젖히면

존재의 신비 늪 속에

참고 견디며 생명을 보존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보입니다.

헌데 어째서 이런 생각을

쫒아버리려 하는지

주님

어째서 이것이 당신께로 돌아가는

실마리가 되지 못할까요?

 

(거짓없는 기도 W.브레오/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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