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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어?
작성자손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06 조회수474 추천수1 반대(0) 신고

 

자카르타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도 비가 왔었다.

세 사람이 함께 어울린 자리에 몇 순배의 술잔이 돈 후였다.

스스로 냉담자임을 밝힌 내 앞 사람이

교우인 내 옆 사람에게 대뜸 물었다.

“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어?”

물론 술기운이 불러온 객기였을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순간 나는 기도했다.

“저 곤란한 질문이 내게 던져지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그 질문은 나를 피해갔다.

하느님은 더러 그런 치졸한 기도도 들어주신다.

아니 내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깊이 묵상해보라는 과제를 내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뒤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그런 질문을 내뱉지 않는다.

내 옆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눈을 부라리며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예수탄생, 십자가의 죽음, 부활 말고도 몇 가지 질문에 대비한 답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도대체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느님도 참 얄궂으시다. 모를 때는 질문을 하시고

좀 이해를 하겠다 싶으니 질문을 안 하신다.

 

“설마 제가 교만하다고 보시는 것은 아니지요?” 하고 항변도 해보았다. 그러나 나는 곧 다짐했다. 그 때 내 옆 교우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듯 나도 ‘예수님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나셨는가?’에 대해 대답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말 몇 마디로, 그것도 겨우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어찌 신앙의 신비를 가름 할 수 있단 말인가. 신앙의 높고 낮음, 깊고 얕음, 크고 작음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때마다 달라질 그 신비를 어찌 얄팍한 내 지식으로 떠벌일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은 참 배려가 깊은 분이시다. 그런 답이 한낱 지식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하시는 것 같다. 깨우침과 체험, 실천하는 가운데 우러나기를 바라시나보다.

 


쉬는 이를 통해 저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 그는 어디에서 누구와 불일치를 이루고 있을는지요?

그를 예비하신 주님, 이제 그에게 배려하소서.

이제 그를 그만 기다리소서.

그가 하루 빨리 주님의 품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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