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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3일 야곱의 우물- 마태 14, 13-21/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03 조회수499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거기에서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주셨다.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
(마태 14,13-­21)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13,51) 예수님께서 갖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신 하느님 나라의 비유는 마음이 열려 있는 몇 사람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귀가 꽉 막힌 불의한 적대자들은 더 불신에 차 군중을 선동하였고, 그들의 영향을 받은 군“중은 예수님을 오해했습니다.
예수님은 고향 회당에서 가르치셨지만 고향 사람들은 그분의 권위 있는 가르침에,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못하는 것은  얻었을까?”(13,54ㄴ) 하고 경탄만 할 뿐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로우신 예수님이 불의한 사회에서 환영받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하느님이 파견하신 예언자들과 같은 운명을 체험하심으로써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임이 명확해졌습니다. 헤로데의 변덕으로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 역시 목이 잘려 쟁반에 올려집니다. 요한은 헤로데의 생일잔치에서 희생 제물이 되고 맙니다(14,3-­12).

 
세례자 요한의 최후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은 외딴곳으로 피신하십니다.
“이 말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거기에서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14,13ㄱ) 적의를 품고 있는 헤로데 앞에서 잠시 물러나 그 장소를 떠나시지만 백성을 떠나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의 궁핍한 사정에 지극한 관심을 쏟으십니다. 그래서인지 군중이 외딴곳까지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13ㄴ절)
외딴곳이란 삭막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 고을에서 몰려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파를, 나중에 마태오 복음사가는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고 증언합니다(21절).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주셨다.”(14절)
 
이런 위험천만한 시기에 군중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면 신변이 더 위태로워질 텐데도 여전히 병든 양들을 치료해 주시는 착한 목자의 역할을 다하십니다. 이는 목자 없는 양들에 대한 연민 때문입니다.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사람들은 많고 게다가 한적한 곳이라 저녁 끼니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자들 딴에는 걱정이 되어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15ㄷ절)라고 해결 방안을 내놓습니다. 제자들은 이 많은 군중을 먹일 수 없으니 돌려보내자고 하지만 예수님은 배불리 먹이지 못했으니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16절) 예수님께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이 가진 것이라곤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 군중을 배불리는 일이 제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에게 요구하시지만 그들이 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18절) 두어 사람 한 끼 식사밖에 안 되는 양이 예수님 손을 거치자 많아집니다. 기적을 행하시는 권능의 생생한 본보기입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자신들에게 맡기신 일을 행할 수 있다는 예증이기도 합니다. 소명을 내리시는 예수님은 소명을 이행할 힘도 함께 주십니다.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19ㄱ절) 이런 외딸고 삭막한 곳에 풀밭이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날이 저물어 빛이 소멸해 가는 찰나에 풀밭은 양들에게 생명의 빛이 되어줍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시편 23,1­3) 목자 없이 떠돌던 양 떼는 참목자를 만나 푸른 풀밭에 이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19ㄴ절) 군중을 돌려보내거나 빵을 사서 먹이지 않고 가진 것만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적은 양의 양식이 예수님의 손에서 불어났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찬미하시고 빵을 떼시는 모습은 최후만찬을 앞당겨 보여줍니다. 또한 빵의 기적은 장차 있을 성체성사의 풍요로움을 예고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20ㄱ절)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빵의 기적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뒤 광야 여정 사십 년 내내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여 살리셨습니다(탈출 16,1-­36). 그리고 엘리야와 엘리사 예언자 때도 빵의 기적이 있었습니다(1열왕 17,8-­16; 2열왕 4,42-­44).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20ㄴ절) 대충 요기만 한 정도가 아니라 먹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충분히 주셨습니다. 골고루 나누기만 한다면 모두가 넉넉해지고 만족하고도 남습니다. 열두 광주리는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로서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가리킵니다.
이 새로운 백성들은 새로운 역사,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사회의 주춧돌이 될 사람들입니다.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21절) 여자와 아이까지 묘사하는 이 장면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헤로데의 생일에 벌어진 죽음의 잔치와는 대조적으로 예수님의 잔치는 사람을 먹여 살리는 풍성한 나눔의 잔치였습니다. 병자들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치유받았고, 모든 사람이 이웃과 한 가족이 되어 배불리 먹었습니다. 삭막하고 외딴곳에서 새로운 백성이 탄생합니다.

 
이 일로 제자들은 죽임의 잔치를 극복하고 살림의 잔치를 벌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근시안적인 시각을 크게 넓히게 되었습니다. 늘 겸허한 자세로 군중 곁에서 군중의 입장에서 봉사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예수님의 극진하고 넉넉한 대접이 제자들과 군중을 변화시켰습니다. 늘 오늘만 같으면 좋겠습니다.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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