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02 조회수460 추천수8 반대(0) 신고

 

 

+ 마태 13,54-58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예수님은 고향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당시 속담을 인용해 표현하셨다.

고향 사람들, 집안 친척들은 왜 다른 고장 사람들 처럼 예수님을 대하지 못했을까?

 

고향에 있을 때 보았던 모습, 즉 그분의 어린시절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과

그분의 부모와 친척들, 즉 그 주변 사람들도 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즉 그들이 알고 있던 선지식, 선입견이 그분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그뿐이었을까?

 

예수님은 최근 몇년 동안 고향 밖에서 집안을 떠나 있었던 사람이다.

어쩌면 12살 이후, 자주 예루살렘으로 가서 한참씩 머물다 왔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낯선 모습의 아들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을 정말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그들은 보았던 것이다.

 

자신들이 알던 '목수의 아들, 마리아의 아들은 이미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사람들인,

그의 형제와 누이들하고도 전혀 딴 판이 되어 있었다.

 

그런 옛 친구의 모습을 보았으면,

사람은 늘 같은 모습으로 고착되지 않는, 그래서도 안 되는,

유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있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예수께서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무척 놀랐다고 한다.

한편으론 존경스러웠고, 한편으론 부러웠을 것이다.

 

옛 친구의 그런 변화된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자극을 받아,

자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계기로 삼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그 말 속에, 그들이 품고 있는 못된 마음이 드러난다.


그들은 그저 단순히, 자기들이 예전에 알던 사람과 달라졌다는 사실 때문에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자기들이 바라보는 예수님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듯, 선입견, 고정관념이 있는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상 사람이 선입견, 선지식없이 사물을 판단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험(이성적, 감각적)은 늘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자기의 판단에 대한 겸손한 마음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

사물을 올바로 보려는 순수한 마음만 있다면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쉽게 깨질 수 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그 윗절에 있다.

 

즉 그들은 그분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54절)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56절)

 

이 짧은 대목 안에서 두번이나 언급되는 '어디서'.

 

그 '어디서'를 알 수만 있다면 자신들도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도 놀라운 말씀의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님이 회당에 모인 사람들에게 나쁜 말씀을 한 것도 아닌데,

못마땅하게 여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마음의 배후에는 바로 쓸데없는 경쟁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고향 사람들, 집안 사람들, 친한 사람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사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질투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극렬한 안티는 어쩌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가깝기 때문에 남들이 모르는 그 사람의 진면목, 특히 결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옛 모습을 자꾸 떠올려본다거나,

또 자기보다 못했던 면이 자꾸 생각나면서 은근히 자신도 모르는 시기심이,

뱃속 깊이 올라올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성공하게 된 그의 노력은 무시하고, 그의 배후만 궁금해한다. 

그 뒤를 따라 그 '어디'라도 부지런히 쫓아 다녀보고, 그가 하는 일은 모두 흉내내본다.

그래도 안 되면 끊임없이 그를 끌어내리고, 자기 모습을 부각하려 애를 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결코 원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온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고향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 조차 기적을 일으키지 못하신다지 않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가까운 누군가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이유가 진정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Stewart Dudley - Romantic Cafe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