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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 혼인 잔치 / 토비야의 여행과 혼인[2] / 토빗기[1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29 조회수1,096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7. 혼인 잔치(토빗 8,99,4)

 

엑바타나를 맴돈 아스모대오스 악귀가 사라진 그날 밤, 모두가 잠 설친 그 밤에 유독 사라의 아버지 라구엘만 조용히 밖으로 나와 불 꺼진 신방을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모두가 조용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하인 몇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가서 니네베의 친족 토비야를 위한 무덤을 팠다. '신랑은 죽고 우리는 또 동네에서의 비웃음거리와 우셋거리가 되겠지.' 하고, 그는 전처럼 또 그렇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는 라구엘에게는 지나간 일회성 행사가 아닌, 그 밤에 의당 벌어질 일이었다.

 

그렇게 야반도주한 사람마냥 몰래 빠져나가 무덤을 다 파고 나서, 땀이 범벅이 된 채 집으로 돌아온 라구엘은 자기 아내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하녀 하나를 조용히 들여보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라고 하구려. 모두가 잠든 이 시각에, 아무도 모르게 빨리 그를 그냥 묻어 버립시다.” 사라 부모님의 이런 야밤의 대화는 벌써 수도 못 셀 정도였을 게다. 그만큼 그들 부부에게는 익숙한 대화였고, 의당 그날 밤에 그들만이 치룰 행사로 여긴 일들이었다.

 

그들은 하녀를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들여보내면서 등불을 켜고 방문을 열었다. 하녀가 들어가 보니 둘은 함께 하나 되어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집 하녀는 몹시도 놀랐다. 전혀 예상한 기대와는 딴 판이었다. 지금껏 보아온 그 모습이 아니었다. 참으로 생각 밖이었다. 그 하녀는 보고 또 보았지만, 둘이 둘 모습이 아닌, 분명 붙어있는 하나였다. 죽어 떨어져 있는 하나가 아닌, 하나로 붙어서 살아 숨 쉬는 한 폭의 사랑스런 그림마냥 둘이었다. 하녀는 밖으로 나와 신랑이 살아 있을뿐더러, 잘못된 일이라곤 어디 단 하나도 없다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그들 내외는 하늘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말하였다. “하느님, 온갖 순수한 찬미로, 찬미를 받으소서. 모두가 다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 저를 기쁘게 해 주셨으니 찬미를, 정녕 찬미를 받으소서. 제가 염려하던 일이 이제야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그 크신 자비로 저희에게 해 주신 것입니다. 저 불운한 자식을 가엾이 여기셨으니, 찬미를 받으소서. 주님, 저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푸시고, 저들이 저렇게 기쁨과 자비를 누리면서 일생을 마치게 해 주옵소서.”

 

그러고 나서 라구엘은 하인들에게 동이 트기 전에 빨리 파헤친 그 무덤을 메우라고 분부하였다. 그리하여 날이 밝자, 혼인 잔치를 벌이려고 라구엘은 아내에게 빵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가축 떼가 있는 곳으로 가서 큰 황소 두 마리와 숫양 네 마리를 정성껏 골라서 끌고 와서는, 그것들을 하인들을 시켜 잡으라고 분부하였다. 그리하여 눈 비비며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잔치 준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혼인 잔치는 통상 이레 동안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그 와중에도, 라구엘은 토비야를 불러다 놓고 말하였다. “너는 이레가 아닌 열나흘 동안 이곳을 뜨지 말고 여기에 머무르면서 나와 함께 먹고 마셔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괴로움에 시달려 온 내 딸의 온 마음을 기쁘게 해 주어야만 한다. 내가 가진 것에서 먼저 절반을 받고 네 아버지께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에, 다 너희 차지가 될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나는 네 아버지고 아드나는 네 어머니다. 우리는 너와 네 아내 곁에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얘야, 이제는 용기를 내어라.”

 

그 기쁜 잔치 기간에 새신랑 토비야는 라파엘을 불러서는 아버지의 유언에 관해서 말하였다. "아자르야 형제여, 우리가 여기 온, 우리의 시간이 이제 다 된 것 같구려. 그러니 낙타 두 마리와 함께 하인 몇을 데리고 지금이라도 어서 라게스에 곧장 다녀오시오. 그리고 가바엘 어르신께 이 증서를 내주고 돈을 받으시오. 그리고 그분을 이 잔치에 꼭 모시고 오시오. 그대가 알다시피 나의 토빗 아버지께서는 이날까지 우리들의 날수를 손꼽아 세고 계실 것이오. 내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아버지는 몹시 근심하실 것이오. 그대도 아버지가 맹세하시는 것을 이미 보아왔잖소. 나는 그분 맹세를 깰 수가 없다오.“

 

사실 토비야가 라파엘에게 건네는 증서는 토빗이 그 오랜 기간 보관한 반쪽 증서이다.[계속]

 

[참조] : 이어서 ‘8. 돈을 찾은 토비야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엑바타나,아스모대오스,라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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