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5 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린11,23-26 요한13,1-15

주님은 우리의 운명이자 사랑입니다

오늘 이 주님 저녁 만찬 미사로

교회 전례의 정점인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말씀 묵상 중

새삼 마음에 떠오른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구절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오늘 저녁 만찬 미사를 통해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은 구약의 파스카 만찬에 이어

새로운 주님의 파스카 만찬을 선사하십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사랑의 선물이 바로 주님만찬미사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몸소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운명이요 사랑이란 고백이 저절로 나옵니다.

첫째,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 전부를, 몸과 피를 선물로 주십니다.

당신 사랑과 생명 모두를 우리에게 선물로 내어 주십니다.

주님의 사랑을 먹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아무리 세상 것들로 채우고 채워도 마음이 공허한 것은

하느님 사랑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영성생활은 기억이요 기억의 현실화입니다.

이 거룩한 주님만찬미사를 통한 주님의 성체성혈의 사랑이

시공을 넘어 주님과 하나 되어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사랑 선물이 성체성사입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 영원한 사랑의 선물인 성체성사를 선사하심으로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주님은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떠남을 앞둔 이 장면이

참 아름답고 거룩해 부럽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의 겸손한 사랑이

다음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환히 계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시고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을 닦기 시작하셨다.’

무(無)에서 나와 무(無)로 사라지는 우리 삶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하느님에게서 나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우리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 장면은 언제 대해도 늘 감동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극치이자,

하느님 비움의 극치요,

하느님 겸손의 극치입니다.

세상에 어느 종교의 하느님이 이렇게 사람들의 발을 닦아 줍니까.

우리의 하느님은, 예수님은 이런 분입니다.

하늘 높이에서가 아닌 땅 낮은 곳에서 만나는

사랑과 겸손의 하느님이자 예수님입니다.

진정 이렇게 살아야 주님의 제자입니다.

우리가 평생 해야 할 공부 역시 이런 겸손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다음 말씀은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유언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예수님의 평생 삶이 이 한 말씀에 요약되고 있습니다.

머리 좋은 것보다는 가슴 좋은 것이 낫고

가슴 좋은 것보다는 발 좋은 것이 낫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발이 상징하는바 심오합니다.

발을 씻어주는 겸손을, 발처럼 실천하는 사랑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평생 하느님의 마당 발, 사랑 발이 되어 사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 주님은 이 저녁만찬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풍성한 사랑을 주시고

또 우리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이어 계속될 미사전례 중

‘발 씻김 예식’과 ‘성찬예식’에서

주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