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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8일 야곱의 우물- 마태 13, 31-35 묵상/ 작아지는 신부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28 조회수549 추천수6 반대(0) 신고
작아지는 신부님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예수님께서 또 다른 비유를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이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예언자를 통하여 “나는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리라. 세상 창조 때부터 숨겨진 것을 드러내리라.”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마태 13,31-­35)
 
 
 
 
◆파랗게 젊은 시절에 같은 기숙사에 살던 독일 친구가 신부님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던 친구입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그가 어느 날 신학으로 전공을 바꾼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그 바람에 기숙사 같은 층에 살던 루이제라는 아가씨가 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온 그를 만나 식사를 하고 오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삼십대 젊은 시절에 건강이 안 좋아 고생하는 모습을 본 터라 걱정스레 물었더니, 많이 좋아졌노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밝았습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지만, 사제가 되어 제일 좋은 일이 무엇인지가 그중 궁금했습니다. 신부님의 대답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세상에서는 강하고 커 보이려고 애를 써야 하잖아. 재능이든 사회적 지위든 경제력이든. 심지어는 키까지 말이야. 동물들이 싸울 때 몸을 부풀리는 것하고 꼭 같겠지. 그렇게 애를 쓰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있지도 않은 걸 있는 척해야 하니.” 무슨 서두가 그렇게 기냐며 이야기를 재촉했습니다.
 
“신부가 되어 세월이 흐르니까 세상에 이게 제일 거저먹는 일인 거야. 난 크고 세게 보일 필요가 전혀 없거든. 아니 오히려 작아지
는 게 내 임무라니까. 잘난 척할 필요도 없고, 많이 아는 척할 일도 아니고. 그러니 얼마나 쉬워. 성경은 온통 작아져라, 무능력해져라, 사람을 오만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버려라, 하는 말씀이잖아.”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세상은 온통 적을 만나 목을 잔뜩 부풀린 목도리도마뱀 같은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키에는 2센티 붙여 말하고, 여덟을 아는 일은 꼭 열을 채워 아는 듯 허풍을 떱니다. 지친 사람에게 푼돈 쥐어준 일을 두고는 주머니를 다 턴 듯 과장합니다.
 
성경에는 ‘작은 무엇’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더군요. 같은 마태오복음에서 조금 더 나가면 다시 작은 겨자씨 말씀이 있습니다. 기골이 장대했을 베드로 사도도 있지만, 키 작은 자캐오가 회개해서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장면도 루카복음에서 읽었습니다. 작디작은 겨자씨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될 만큼 큰 나무로 자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작은 말씀이 오셔서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퍼져 나가는 것을 묘사한 비유이겠지요.
 
작은 말씀이 허풍으로 가득한 마음에 깃들기는 어려울 것이니, 작아지고 약해지는 일이 하늘나라를 얻는 지름길이라는 가르침인 듯합니다. 오늘도 그 쉬운 작아지기 놀이에 빠져 있을 신부님을 기억합니다.
여상훈(도서출판 시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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