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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5) 방울나무 삼형제 / 이해동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5 조회수702 추천수12 반대(0) 신고
 
 
 
 
 
                    방울나무 삼형제
 
 
                                                                         글 : 이해동( 살레시오 수도회 신부)
 
 
7월 둘째주 연중 제15주일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 13,1-23)
 
 
 
 
내가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와 꽃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운동장 서편에 삼형제처럼 서있던 세 그루의 방울나무들이다.
 
이 방울나무 삼형제는 '누가 누가 더 크게 자라나!' 내기라도 하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학교에서 제일 큰 나무였다.
 
 
 
아마도 나의 아버지, 나의 할아버지보다도 먼저 세상에 생겨나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을 자라왔을 그 큰 나무의 위용에 놀라 나는 친구들과 함께 손을 이어 잡고 그 나무를 재어보기도 했다.
 
또 나무가 얼마나 높은지 보려고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나무 꼭대기를 쳐다 보다 그만 현기증을 느껴 넘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이 커다란 방울나무의 푸른 잎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밑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방울나무에 기어 올라가 방울을 따다가 친구들에게 던지며 장난치기도 했다.
 
그 나무 밑에 줄지어 서서 콜레라 예방주사를 맞던 일,
전교생이 그 방울나무 밑에 모여 학교에서 초대한 마술사의 신기한 마술에 빠져
숨 죽이고 구경했던 일.....  .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할 때 항상 그 방울나무들은 나에게 엄청나게
크고
넓고
거대한 이미지로  다가오곤 했다.
 
 
어느 날, 책에서
 
'제 아무리 큰 나무도 하나의 씨앗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기에 우리가 인생에서
 더 중요시하고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 할 것은
 
 씨앗에서 나오는 
 그 아름다운 꽃이나
 그 맛있는 열매나
 그 크나큰 나무가 아니라
 그것들이 나온 원천인 씨앗 자체이다.' 라는 글을 읽었다.
 
그때 나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던 그 큰 세 그루의 방울나무가
갑자기 세 개의 작은 씨앗의 이미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큰 방울나무들은 수만 개의,
아니 수억만 개의 씨앗들이 모여
그 큰 나무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씨앗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적당한 조건과 함께
그렇게 거대한 나무들이 되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고 말씀하신다.
 
 
하나의 씨앗 안에
나무의 뿌리도
잎도
꽃도
열매도 다 들어 있고 그것이
하늘에서 햇볕을 받고,
땅에서 물과 거름을 받아들여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것으로 자라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이처럼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때는 유한하고  제한을 받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지고
그 은총에 합당하게 우리의 원의와 노력이 더해질 때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 하느님적인 존재로 변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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